"슈팅브레이크가 뭐길래 유럽에서만 팔까?"

김형규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3 15: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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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공개
쿠페에 짐칸을 더한 스포츠 왜건
’왜건의 무덤‘ 국내 출시는 미지수

"슈팅 브레이크가 뭐지?" "왜건 아냐?"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 12일 G70의 유럽 전략 파생형 모델인 ‘G70 슈팅 브레이크’ 이미지를 공개했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는 생소한 명칭인 ‘슈팅브레이크’가 눈에 띈다. 국내 출시가 아닌 유럽만을 겨냥한 이유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번 공개된 모델의 기반인 G70은 제네시스의 D세그먼트(준중형) 세단이다. 세단의 짐칸을 확장한 형태는 업계에서 왜건으로 분류하는 게 정석이다. G70이 쿠페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는 슈팅 브레이크라 부르기 어렵다.
 

▲ 제네시스가 지난 12일 공개한 G70 슈팅 브레이크 [사진=현대차기아 PR센터]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는 19세기 말 유럽의 마차문화에서 유래된 표현이다. 사냥을 의미하는 슈팅(shooting)과 짐칸이 여유로운 마차를 의미하는 브레이크(brake)가 합성돼, 귀족들이 사냥을 떠날 때 이용하는 마차를 의미했다.

슈팅 브레이크는 20세기 초를 거치며 자연스레 마차에서 자동차 문화로 이어졌고, 현대에는 스포츠 쿠페(탑승용 문이 두 개인 차량)의 뒷 짐칸을 확장한 자동차 장르로 자리잡았다. 결론적으로 쿠페의 왜건(wagon)형 파생모델을 의미하게 됐다.

물론 브랜드마다 왜건을 지칭하는 트림 명칭은 자유롭게 지을 수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에스테이트(Estate), BMW의 투어링(Touring), 아우디의 아반트(Avant), 폭스바겐의 바리안트(Variant), 프랑스 푸조의 SW 등이 모두 각 브랜드의 왜건 모델을 의미한다.

하지만 슈팅 브레이크는 엄연히 따로 존재하는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왜건 트림의 명칭으로는 다소 어색하다는 반응도 있다. 

 

▲ 제네시스가 지난 12일 공개한 G70 슈팅 브레이크 [사진=현대차기아 PR센터]

 

세단이면서도 슈팅브레이크를 표방하는 모델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벤츠의 지금은 단종된 ‘CLS 슈팅 브레이크’와 ‘CLA 슈팅 브레이크’ 모두 세단 기반의 왜건이지만 슈팅 브레이크라 명명했다. 폭스바겐의 아테온 슈팅브레이크 역시 마찬가지다.

CLS 슈팅 브레이크의 기본형인 ‘CLS클래스’는 2004년 처음 출시된 벤츠의 E세그먼트(준대형) 세단이다. 세계 최초로 ‘쿠페형 세단’ 혹은 ‘4도어(door) 쿠페’라는 카테고리를 만든 모델이기도 하다.

이 모델은 탑승용 문 4개에 트렁크가 툭 튀어나온 노치드백(notched back) 형태라 원칙적으로는 세단이다. 하지만 C필러(세단의 지붕에서 뒷면으로 내려오는 프레임)가 유려하게 기울어져 있으므로, 쿠페처럼 날렵해 보임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 창조한 말이 바로 4도어 쿠페다.

벤츠에서는 CLS클래스 2세대부터 짐칸을 늘린 파생모델을 추가했다. 기본형이 세단이지만 쿠페를 표방해 파생모델도 슈팅 브레이크라고 이름지었다.

이와 같은 논리로, 벤츠에서는 CLS클래스를 소형으로 축소한 라인업인 CLA클래스에도 같은 작명 방식을 적용했다.

폭스바겐의 아테온 슈팅브레이크는 세단 기반이지만, 단종된 4도어 쿠페 '파사트CC'의 후속으로 출발한 모델이다. 전작의 정체성을 살려 쿠페의 웨건형으로 해석했다.

이와 달리 제네시스 G70은 쿠페를 표방한 적이 없는 정통 세단이다.

물론 G70의 짐칸 확장형 모델이 슈팅 브레이크라고 명명된 데에 전혀 명분이 없는 건 아니다. 슈팅 브레이크라는 장르의 요소 중 하나인 패스트백(fast back) 스타일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패스트백은 공기역학을 위해 뒷 유리창과 트렁크를 포함한 각도를 완만하게 기울인 뒷모습을 의미한다. 포르쉐 911, 재규어 F타입, 포드 머스탱 등의 고성능 차량에서 많이 보이는 뒷태다. 국산 브랜드 중에서는 스팅어가 패스트백을 트렁크 디자인에 활용했다.

▲ 제네시스가 지난 12일 공개한 G70 슈팅 브레이크 [사진=현대차기아 PR센터]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세단이나 왜건에도 더 날렵하고 역동적인 외형을 위해 이 패스트백을 적극 활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포르쉐의 파나메라와 아우디의 A7, 그리고 A5 스포트백이다.

이번 공개한 G70 슈팅 브레이크는 상대적으로 중후해 보이는 G80, G90보다 젊은 이미지의 G70을 기반으로 개발한 만큼, 뒷유리를 날렵하게 기울였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제네시스가 자사 첫 왜건에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해 슈팅 브레이크라고 명명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제네시스의 신차를 내수용이 아닌 유럽 수출용으로만 기획한 이유도 주목받고 있다.

우선 슈팅브레이크는 왜건의 한 종류다. 국내 시장은 왜건의 인기가 저조하다 못해 소위 ‘왜건의 무덤’으로 불린다.

국산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지난 2019년 현대차 i40의 단종을 끝으로, 왜건을 내수용으로 생산하는 브랜드가 현재 없다.

업계에 의하면 한국이 왜건의 불모지가 된 이유에는 여러 가설이 있다고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가 보급되던 시기, 부유층만 자가용을 소유할 수 있었다”며 “이로 인해 소위 ‘회장님‘들이 의전용으로 타던 세단이 자동차의 전형으로 각인됐다”고 한 가지 설을 예로 들었다.

또 그는 “왜건 저변이 아직 확대되지 않았던 1990년대 중후반, 신생 장르인 SUV가 바로 대중화되기 시작하며 실용성으로도 왜건의 입지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럽은 자동차 문화가 탄생한 본고장으로써 SUV의 유행 이전에 이미 왜건이 보편화돼 있었다. 이로 인해 국내외 많은 메이커들이 유럽 시장에서만큼은 왜건을 출시하는 편이다.

이번 제네시스가 G70 슈팅 브레이크를 유럽 전략차종으로 출시하며 아직 국내 판매 계획이 없는 이유도 이런 시장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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