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거장 "OO치킨 역입니다", 돈만 내면 '역명병기' 가능 논란

김아영 / 기사승인 : 2024-08-14 07: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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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인근 본사 없어도 가능..."공익성 대체 어디에"
'역명병기'사업 만성적자 시달리는 서교공 돈벌이로 전락

[메가경제=김아영 기자] 서울 지하철역인 강남역과 성수역, 여의나루역의 역명병기 낙찰자가 발표되자,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의 역명병기 사업 대상기관 선정기준을 두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서울교통공사. [사진=연합뉴스]

 

14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교공의 '역명병기 대상기준 선정기준'에 따르면 관공서나 공공기관은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도 역명 병기를 신청할 수 있다. 중견기업의 본사나 지점도 신청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돈만 있으면 역명병기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사업의 취지가 공공성을 지향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역명병기란 개별 지하철 역사의 기존 역명에 부역명을 추가로 기입하는 것이다. 부역명은 출입구 역명판, 승강장 역명판, 지하철 안내방송 등에 표기할 수 있다. 기업들은 역명병기를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은 수억원에서 십억원을 넘기도 한다. 

 

최근 강남역 역명병기 신청에 성공한 하루플란트치과의원은 11억1100만원, CJ올리브영은 성수역을 10억원, 유진투자증권은 여의나루역을 2억2200만원에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신청 기업이나 기관이 역에서 1km(서울시내 기준)이내에 위치해야 한다.

 

하루플란트치과의원은 역 10번 출구에서 64m 거리에 위치한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의료기관의 역명병기 선정요건은 의료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 조산원, 병원급 의료기관 모두 가능하다. 

 

의원급 치과가 서울의 대표 지하철 역인 강남역의 역명병기에 성공하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형 종합병원도 아니고 의원급 의료기관이 역명병기 입찰에 성공해 강남역이 OO치과 역으로 불리게 돼, 의원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면서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이 공공적 목적은 뒤로 한 채 서울교통공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명병기 선정 기준도 애매하다. 기준에 따르면 기업체의 경우 중견기업 이상의 기관이 본점 및 지점이 다수인 경우 표기가 가능하고 명시되어있다. 성수역 입찰에 성공한 CJ올리브영은 해당 역에서 1km 이내에 2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선정기준에 따라 입찰할 자격을 갖췄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메가커피나, 스타벅스는 물론 BBQ나 교촌치킨 등 웬만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돈과 의지만 있다면 모든 지하철역의 역명부기가 가능한 샘이다.

 

▲ 서울교통공사 역명병기 대상기관 선정기준표. [사진=서울교통공사]

 

한편 코레일 역명부기 대상자 선정기준은 기업체 종사자 300명 이상, 병원은 상급종합병원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서교공이 선정기준을 대폭 완화해 '돈벌이' 사업으로 전락시킨 것이 아니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완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하나로 역명병기 사업을 진행했지만 단순 돈벌이 수단은 아니다"라며"역명병기 사업은 지하철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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