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인하로 자금조달 비용 경감...수수료 경감엔 '울상'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경기둔화와 비상계엄 여파로 각종 행사 및 회식이 취소되는 등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신용판매를 본업으로 삼는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연말을 맞아 5~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다시 선보이는 등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프로모션에 나섰다.
![]() |
▲신용카드와 소비 위축. [사진= 연합뉴스] |
16일 카드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상반기까지 최대 2∼3개월 수준에 그쳤던 카드사 무이자 할부 혜택이 이달 들어 업종별 최대 5∼6개월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카드와 비씨카드는 연말까지 백화점, 온라인쇼핑, 면세점, 여행·항공에 2~6개월 무이자 행사를 한다. 신한카드는 해당 업종에 2∼5개월 무이자할부를 제공하고,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백화점 업종에 2∼5개월 무이자 행사를 진행 중이다.
곽노경 나이스 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이는 경기둔화 원인으로 카드업권에 신용판매 성장성 제약이 생기고 있는 만큼 여전채 금리인하에 따른 조달비용 경감 효과를 보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사의 주된 수익창출수단으로 여겨지는 신용카드 사용금액 증가율은 2022년 10.8%에서 2023년 5.5%, 2024년 9월 누적 4.4%로 상당폭의 둔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단순히 여전채 금리인하와 조달비용 경감에 따른 정책으로 보진 않는다”며 “소비 감소로 인한 신판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대책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소규모 자영업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카드수수료 경감 방안을 발표하라”고 밝혔다.
이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무이자 할부를 축소했던 카드사가 무이자 할부를 재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여신업권 한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 역시 포용금융 정책의 일부”라며 “전체적인 소비가 둔화되고 카드론 등 서민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반복되는 수수료 인하 정책은 카드업계 수익성·건전성 관리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무이자 할부 확대로 고객 이용이 활성화된다고 가정하면 신판 매출 증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무이자 할부 혜택은 쇼핑 뿐 아니라 병원, 보험 업종에서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 BC카드는 종합·일반병원에서 2∼6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진행한다. 삼성카드는 종합·일반·동물병원에서 2∼5개월 무이자 할부를, 신한·KB·현대카드는 2∼3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카드, BC카드는 보험업종에서 최장 6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진행하는 등 신용판매 매출 증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