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인한 국내 반도체‧전기차‧배터리 업계 타격이 예상되자 민관 합동 원팀을 꾸리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정부는 직접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사이 각 기업이 업종별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이번 조치가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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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업계 관계자들과 IRA와 반도체 지원법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업종별 기업 경영진과, 한국반도체산업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전지산업협회 등 주요 산업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전기차 보조금 개편 내용이 포함된 IRA도 법안 공개 후 약 2주 만에 전격적으로 통과된 것으로 보아, 미국의 국내 정치 요소와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모색, 자국 산업 육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법안에 따라 가드레일 조항과 전기차 보조금 요건 등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특히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독일‧일본 등의 우려가 큰 만큼 민관이 상시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하고 ‘원팀’이 돼 미국 행정부‧의회‧백악관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협상을 벌이며 입체적인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WTO 협정과 한미FTA 등 국제 통상규범 위배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럽연합(EU) 등 비슷한 입장의 국가와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내달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해 반도체 지원법과 IRA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달 내로 산업부 실장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해 미리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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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경영진들이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
IRA는 미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2조 원)를 투입하고, 전기차 제조사별로는 연간 20만 대까지 보조금(세액 공제)을 지급하던 한도를 없앤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의 핵심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와 미국 내에서 생산(최종 조립)되지 않은 전기차를 세액 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가 배터리 광물·부품 일정 비율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 지원을 받는다.
지난 16일 공개된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리스트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용 전기차인 두 모델은 현재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 중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이 오는 26년까지 527억 달러의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때 인센티브 수혜기업은 소위 ‘가드레일' 조항에 따라 향후 10년간 중국 및 우려 대상국 내 신규 투자가 일부 제한된다. 다만 미국 상무장관이 정하는 메모리 등 범용 반도체 관련 설비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예외도 일부 인정된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와 범용 반도체 내용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협의하며 업계 부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필요 시 상무부와 이미 구축된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와 공급망·산업대화 채널 등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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