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장관 “FTA‧WTO 규정 위반 소지 높아”
정부 주요부처 실국장급 인사들로 구성된 합동대표단이 29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한 협의를 위해 긴급 방미에 나섰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기획재정부 손웅기 통상현안대책반장, 외교부 이미연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 |
▲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9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정부 대표단은 오는 31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무역대표부(USTR)‧재무부‧상무부 등 주요 행정부와 의회를 방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방문 일정 동안 IRA 법안에 대한 한국 정부 측의 우려와 관련 업계 반응, 국민 여론 등을 미국 정치계에 전달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IRA는 미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2조 원)를 투입하고, 전기차 제조사별로는 연간 20만 대까지 보조금(세액 공제)을 지급하던 한도를 없앤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7일 상원을 처음 통과한 이 법안은 12일 하원 표결을 거쳐,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본격적으로 발효됐다.
이 법안의 핵심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와 미국 내에서 생산(최종 조립)되지 않은 전기차를 세액 공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배터리‧전기차 시장에서의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압박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IRA 법안에 서명하는 모습. (왼쪽부터) 조 맨친 상원의원, 척 슈머 상원의원, 조 바이든 대통령,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 프랭크 펄론 하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AP=연합뉴스] |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가 배터리 광물·부품 일정 비율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 지원을 받는다.
공개된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리스트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용 전기차인 두 모델은 현재 전량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 중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지난 23일 미국으로 긴급 출장을 떠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더해 현대차그룹은 당초 내년 상반기 착공해 오는 2025년 상반기 완공을 예상하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계획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정부 대표단이 출국한 29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IRA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 |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IRA가 한미 FTA 혹은 WTO 규정을 위반했느냐는 질의에 "위반 소지가 높다“며 ”필요한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후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중간선거 전까지 물밑작업을 잘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내달 중순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회담으로 방미할 예정이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