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논란에 주저앉은 라이언...신뢰 회복 가능할까
올해 초 벼랑 끝에서 전면 쇄신을 외치며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온 카카오가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창업자인 김범수의 '복심'이라 불리며 구원투수로 투입된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 사태가 벌어진 뒤 닷새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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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기자회견장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남궁훈 각자대표(왼쪽)와 홍은택 각자대표. [사진=카카오 제공] |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에 대해 이용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약속하며 사과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동시에 카카오는 남궁 대표의 사임에 따른 홍 대표 단독 체제를 공시했다.
남궁 대표는 이날 "저희의 준비와 대응 상황이 이용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장시간 동안 큰 불편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 당국의 우려 역시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사‧요청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며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 되는 대로 이번 사건에 대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을 약속 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저는 카카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각자 대표로서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지만 향후 재난대책소위원회를 맡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데 전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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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남궁훈 대표. [사진=카카오 제공] |
남궁 대표는 지난해부터 경영진 리더십 논란이 이어지면서 난파선이 된 카카오에 올해 3월 새 선장으로 올라탔다.
한게임 창립 멤버인 그는 NHN USA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한 뒤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병하면서 카카오게임즈의 각자대표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카카오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당시 카카오 의장을 맡고 있던 김범수 창업자의 리더십이 크게 훼손된 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에서도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태가 불거지면서 기업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에 김 전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남궁 대표가 구원투수로 투입되고, 이른바 '남궁훈 사단'이 새 리더식 구축에 합류하면서 벼랑 끝에 선 카카오의 쇄신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카카오는 지난 7월 홍 대표가 각자대표로 합류하면서 '투톱 체제'를 꾸리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행보에 나섰지만 결국 이번 먹통 사태로 리더십의 공백을 맞게 됐다.
남궁 대표가 허망하게 카카오를 떠나면서 남겨진 숙제는 홍 대표의 몫이 됐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를 맡고 있는 홍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카오톡은 이제 국민 대다수가 쓰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이지만 저희는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현재는 복구가 급선무이기 때문에 대략적인 원인만 파악한 단계이며 복구가 완료되는 대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장애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 파트너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하고 가능한 빠르게 실행해나가겠다"며 "SK와의 책임소재를 다투기에 앞서 먼저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고객센터를 통해 받아오던 피해 신고를 이날부터 별도 신고 채널을 통해 접수한다.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범위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새 채널을 통해 이용자들의 피해를 먼저 접수‧보상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어 SK C&C와의 책임 소지나 배상 문제 등은 그 이후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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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홍은택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모습. [사진=카카오 제공] |
이날 사태 수습에 나선 홍 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카카오의 인프라 투자 계획도 설명했다.
그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이 완전히 멈추더라도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카카오는 4600억 원을 투입해 내년 중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IDC)를 완공할 예정이다. 또한 시흥에서도 오는 2024년 데이터센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 지어질 자체 데이터센터는 이번 사고로 얻은 교훈을 토대로 방화‧내진과 같은 방재시설을 더 안전하게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현재 화재가 발생한 판교 SK C&C의 IDC를 포함해 총 4곳의 IDC를 운영 중이며 시흥‧안산의 신규 센터가 완공되면 총 6곳의 IDC를 갖추게 된다.
다만 기존 SK C&C IDC의 서버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전체 9만 대 규모 서버 중 3만 대가 판교 SK C&C에 위치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흥‧안산 IDC 신축 뒤에도 기존 서버를 옮기는 건 서버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추가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홍 대표에 따르면 개발자 운영도구의 이중화에 소홀했던 점이 이번 서비스 먹통 사태의 주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카카오는 이미 이용자 데이터를 판교만이 아닌 다른 IDC에도 분산 백업해두고 있었다. 이론적으론 한쪽 IDC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데이터를 백업해둔 타 IDC로 전환해서 서비스가 끊기지 않게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이 각 IDC의 데이터를 전환할 때 필요한 개발자 작업 도구가 이중화되지 않아 하필 판교 IDC에만 저장돼 있었다. 판교 IDC 화재로 인해 이 개발자 도구가 함께 소실되며 백업 데이터도 쓸모가 없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홍 대표는 "이 (개발자) 도구들의 이중화는 판교데이터센터의 운영이 안정화되는 대로 시작하겠다"며 "안정화 이후 2개월 내 유사한 사고는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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