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타워730 예의주시…쿠팡 빠지고 배민 새 임차
IFRS17 도입에 따른 장기보장상품 손해율 악화 원인
실적 방어 차원 해석….RBC비율에 따른 전략도 이유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현대해상이 전주사옥건물 매각에 나사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부동산 건물 사고팔기가 수면 위로 올랐다. 공개 매각의 경우 현대해상이 보유한 강남사옥이후 두번 째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사옥 건물을 처분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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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광화문 본사 전경 모습. [사진=메가경제] |
2일 보험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전주시와 본사 건물매매 이전에 따른 본격 협상에 나섰다. 전주사옥은 전주 서노송동에 위치해 있으며, 전주시청과 근접해 있다. 2000년에 지은 20년 된 건물이다.
현대해상 측은 지난해 먼저 적극적으로 건물 매각의사를 밝히면서 최근 양측 실무진이 여러 차례 접촉하며 매각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후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보는 금액은 280억원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주시청 관계자는 “공유재산 관리기획부에서 사업계획으로 추진한 상황”이라며 “매입의 경우 사전절차를 해야 하는 현재 행정부문 협의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감정평가를 해봐야 안다. 공유재산 관리위원회에서 통과를 해야만 투자신탁심의( 7월부터 9월까지)를 받을 수 있고, 그때 비로소 행정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전주시가 현대해상 사옥 건물을 임차로 사용하게 된 이유는 사무실이 비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주시청은 2005년부터 현대해상 전주사옥의 일부(2~8층까지) 임차로 사용해 최근 건물을 아예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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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해상 전주사옥. |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시농업기술센터와 상하수도본부 이전 통합청사 신축과 관련, 전주시가 제출한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에 대해서도 원안 통과시켰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전주시 덕진구 남정동 일대 4필지에 2027년까지 36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공공청사를 신축할 계획이다. 건물을 매입할 경우 전북도청으로 이전 갈지 행안부로 갈지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도 “현재 전주시청과 협의 단계에 있는 게 맞다”라며 “예전부터 전주시가 임차로 사용해 온 부분이고, 전주시 입장에선 건물을 사는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사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잠잠했던 부동산 처분에 시동을 건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대해상은 전주사옥의 빌딩 지분 100%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2020년에는 2011년에 지었던 강남사옥을 먼저 매각한 바 있다. 당시 한국토지신탁이 제시한 3600억원 정도에 팔린 것으로 알려진다. 강남사옥 역시 현대해상의 지분 100%를 소유했던 건물이었다.
사옥건물은 아니지만 현대해상이 자회사인 현대인베스트자산운용을 통해 사모부동산펀드인 조성해 신축한 타워730 빌딩도 매각에 재시동을 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잠실타워730은 2017년 준공 당시 쿠팡을 주요 임차인으로 유치해 쿠팡 본사 건물로 알려지게 됐다. 2023년 7월 매각하겠다며 공식화 했으나 9월 부동산 경기시장 침체 이유로 돌연 철회했다. 공식적인 매각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쿠팡이 빠지고 최근 배민 등 배달업체가 새 임차인으로 확정됐다는 후문이다. 임차중인 쿠팡 계약은 2027년까지다.
잠심타워는 강남 중심권역에 위치에 있어 알짜 건물로도 꼽힌다. 지하 4층~지상 27층 규모로 지상 1~2층은 상업시설, 지상 3층 이상은 오피스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지상 8층~26층까지 총 19개 층을 쿠팡 본사로 이용 중이었으며 나머지는 현대해상 계열사가 사용 중이다.
현대해상이 사옥건물 매각에 나선 이유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어린이보험 등의 장기보험 상품 관련 손해율 상승과 경기 침체 등으로 이익율이 하락하면서 “실적방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057억 원으로 전년도(1조2813억원) 대비 37.1% 감소했다. 이익이 감소한 배경은 장기보험상품의 보험손익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년 대비 77.2% 감소한 248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전년(1조7808억원) 대비 42.4% 감소한 1조264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9조78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해상 안팎에서는 어린이보험 손해율 원인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타사 대비 어린이보험 시장 면에선 앞서지만 거수보험료 대비 성장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회사 영업이익 부문에서 투자수익의 경우 특히 약해 만회하기 어려우니 건물 매각으로 인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견해다. 예컨대, 어린이보험 적정손해율이 (사업비 포함) 70%정도인데 100원 보험료를 받아 70원이 환급금으로 나가면 투자영업수익은 30%만 허용되는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어린이보험 시장이 커도 손해율 리스크로 인해 영업환경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면서 “어린이보험은 어릴 때부터 성장할 때 손해율이 커진다. 현대해상의 경우 10년 전 당시 가입자 보험료료 커버하고 있는데, 보통 성인보험으로 전환할 때 타사 보험으로 갈아타는 고객이 많아 전환율면에서 큰 효과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부동산 매각처분에 나서는 이유로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 하락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RBC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보험사가 계약자의 보험금 요청 시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가를 나타낸다.
보험업법에선 보험사가 RBC를 100% 이상 유지토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선제차원에서 권고치를 150%로 정해놔서 보험사들은 그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통상 RBC비율이 하락하면 사옥을 팔고 오피스 임차 비중을 높이기도 한다.
현재 현대해상의 경우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등 자본적정성 지표는 낮은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킥스 비율은 173.2%로 전년(174.6%)대비 1.4%p 하락했다. 타 손해보험사의 경우 210.6%에 비해 38%가량 낮다.
현대해상 내부에서는 지급여력비율과 새 회계제도(IFRS17)에 맞춰 수익창출을 위한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킥스 비율이 낮을 경우 자본력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차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해상 내부 관계자는 “보험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에 투자하는데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경기 상황 속에서 보유 채권가격이 떨어지고 부동산 가치가 내려가게 되면 결국 건물사옥을 팔아 자금확보에 나서게 되는 것”이라며 “내부에서는 어린이보험 성장률에 대한 고민과 투자수익 관련 대책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사측에서는 이를 위해 연초 CSM 전략 TF를 신설해 CSM이 우량한 상품 중심 인보험 매출 확대에 팔을 걷은 상태다. 또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수익성,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성장 내실을 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장기보험 CSM 극대화 ▲자동차보험 손해율 경쟁 우위 ▲일반보험 이익 확대 및 퇴직연금 운영 개선 ▲투자이익 증대 등의 목표를 실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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