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호의 과학단상]㊳ 암호화폐의 미래

김송호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2-03-29 23: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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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투기?)한 사람들 중에 실제로 암호화폐를 실생활에서 사용한 적이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장담하건대 거의 대부분(90퍼센트 이상?)의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암호화폐가 화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화폐로서는 거의 통용되지 못한 채 각국 정부와 금융 자본의 의도대로 가상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 현재의 실정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법정통화와 금융 시스템의 허점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금융위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만들었지만, 현실에서는 암호화폐가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는 금융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 [사진=팍사베이 제공]

나카모토가 얼마나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비트코인을 제안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도 비트코인의 투기에 가담한 혐의가 짙다고 보여 진다. 실제로 비트코인 발행 초기에 나카모토는 100만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근 분석으로는 5억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야말로 돈을 벌기 위해 비트코인을 만든 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기존 법정통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암호화폐를 탄생시킨 취지에서 벗어난 이런 암호화폐 발행자들의 일탈 행위는 새로운 암호화폐가 발행되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든다는 명분이 무색하게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이제 돈을 버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그나마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굴이라는 작업을 통해 일반인들이 비트코인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지만, 최근에 만들어지는 암호화폐는 제안자들이 암호화폐를 전량 취득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암호화폐 리플은 금융기관들이 돈을 서로 주고받는 중개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아서 브리토와 크리스 라르센에 의해 만들어졌다. 리플의 초기 통화량은 1000억 XRP로 2012년 1년간 전량 발급되었으며 공동 창업자들에게 발급량의 20퍼센트를 할당하고 나머지 80퍼센트는 리플의 오픈코인 재단에 주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의해 발행되고 그 기업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화폐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에서 발행하고 있는 법정화폐의 부작용이 많다고 하지만, 명목상으로나마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측면이다.

정부에서 암호화폐의 통용을 막는 구실로 내세우는 익명성도 암호화폐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사실 익명성은 암호화폐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인데, 오히려 암호화폐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로 작용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익명성은 암호화폐가 마약거래, 자금 세탁, 무면허 송금 등 범죄 수익의 은닉처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암호화폐의 추적이 가능하도록 하게 되면 암호화폐가 자랑하는 익명성이 사라지게 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물론 지금도 범죄 추적을 위한 암호화폐의 추적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재의 금융 시스템보다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각국 정부들은 암호화폐의 등장을 마뜩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암호화폐의 취지를 전적으로 부정하기는 힘든 처지에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에 주도권을 빼앗기기 원치 않기 때문에, 각국 정부들은 두 가지 방향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는 민간 암호화폐의 규제이며, 둘째는 국가 주도 암호화폐의 발행이다.

규제는 암호화폐를 통화로서는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그 대신 가상자산으로 취급하여 제도권 안에서 통제를 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암호화폐를 대체하면서도 법정통화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를 정부가 나서서 발행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국가에 의해 사용에 아무런 불편이 없는 디지털 화폐가 발행될 경우 굳이 비트코인 등 민간이 발행한 암호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현재의 암호화폐가 원래의 취지인 화폐로서의 기능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가상자산으로서 암호화폐의 위치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별개로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보여 진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암호화폐가 젊은이들의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암호화폐라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암호화폐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글로벌 금융 자본의 투기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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