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퇴직금 받으면 끝?…IRP로 세금 줄이고 노후자산 지키는 법

박선영 기자 / 기사승인 : 2026-09-04 09:22:20
퇴직연금 500조 원 시대 눈앞…적립 넘어 운용·수령 전략 중요
IRP 활용하면 과세이연…연금 수령 기간 길수록 세 부담 줄어
예금·ETF·TDF 등 선택 가능…은퇴 이후에도 자산관리 필요

퇴직은 사회활동의 마무리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은퇴생활의 시작이다. 많은 사람이 퇴직금을 받으면 노후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노후생활의 질은 퇴직연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퇴직연금은 단순히 퇴직할 때 받는 목돈이 아니다. 은퇴 이후 최소 20년 이상을 함께해야 할 노후자산이다. 따라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필요할 때 유연하게 인출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 김수철 현대차증권 개인연금혁신팀 팀장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개인형퇴직연금(IRP)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에 따라 퇴직금은 원칙적으로 IRP 계좌로 지급받아야 한다. 다만 만 55세 이상이거나 퇴직금이 300만 원 이하인 경우 등은 예외다.


IRP의 가장 큰 장점은 퇴직금과 개인이 추가로 적립하는 자금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세액공제 한도는 900만 원이다. 만 55세 이후에는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특히 퇴직금을 IRP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바로 내지 않고 세전 금액을 그대로 운용할 수 있다. 급여계좌로 곧바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먼저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 운용하게 되지만 IRP에 넣으면 세금 납부 시점을 뒤로 미루는 과세이연 효과를 얻는다.

 


예를 들어 근속기간 10년, 퇴직금 2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IRP에 입금했을 때 과세이연과 운용수익 증가 효과가 각각 연간 143만 원 이상 발생할 수 있다. 퇴직금을 어디로 받느냐가 이후 노후자산의 운용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IRP에 퇴직금을 넣은 뒤에는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회사채 등 실적배당상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위험자산에는 최대 7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직접 자산을 배분하기 어렵다면 타깃데이트펀드(TDF)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TDF는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상품이다. 은퇴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보수적으로 자산을 배분한다.

증권사 IRP에서는 상장 ETF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어 시장 상황이나 투자 성향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자산을 운용할 수도 있다. 상품 만기 이후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걱정된다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미리 정해놓은 방식에 따라 적립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 후에는 자산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 못지않게 어떻게 꺼내 쓸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같은 퇴직금이라도 일시금으로 받을지, 연금으로 나눠 받을지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 직후 목돈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근속기간 10년, 퇴직금 2억 원을 가정하면 급여계좌로 바로 받을 경우 세금 1966만 원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억 8034만 원이다. 반면 IRP에서 연금을 개시한 뒤 인출하는 방식에서는 세금이 1376만 원으로 줄어 실수령액이 1억 8624만 원이 되는 사례가 가능하다. 약 590만 원의 세 부담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당장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면 매년 일정 금액을 나눠 받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연금 개시 후에는 연차에 따라 연금 수령 한도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퇴직금 1억 원을 나눠 받는 경우 1년 차에는 최대 3192만 원, 2년 차에는 약 5320만 원까지 수령할 수 있으며 5년 차에는 최대 1억 원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정해진 한도 안에서 수령하면 연금 수령에 따른 세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절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연금 수령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전략도 살펴볼 만하다. 연금 수령 연차가 쌓일수록 퇴직소득세 부담이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10년 이하까지는 퇴직소득세의 30%가 감면되고 11년 차부터는 40%, 20년 차를 초과하면 50%까지 감면된다.

이 때문에 당장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면 초기에는 적은 금액을 수령하면서 연금 수령 연차를 쌓고 이후 필요한 자금을 인출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퇴직금 2억 원을 기준으로 10년 동안 매년 1만 원씩 총 10만 원을 인출한 뒤 11년 차에 나머지를 인출하는 방식이 한 예다. 이 경우 매년 1만 원을 인출할 때 세금은 약 7000원이며 11년 차 나머지 금액을 인출할 때 세금은 약 1199만 원 수준이다.

연금을 시작했다고 해서 정해진 금액만 계속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매월, 분기, 반기, 매년 등 원하는 주기로 설정할 수 있고 최대 50년까지 길게 수령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생활하다 예상하지 못한 목돈이 필요해지면 추가로 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퇴직연금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퇴직금을 받는 순간을 노후 준비의 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는 자산을 모으는 단계에서 운용하고 꺼내 쓰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어떤 상품에 투자할 것인지뿐 아니라 언제, 얼마씩 인출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오랜 기간 모은 퇴직연금인 만큼 은퇴와 동시에 서둘러 꺼내 쓰기보다 자신의 생활비와 필요한 목돈, 투자 성향, 세 부담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나눠 쓰느냐가 길어진 은퇴생활의 안정성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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