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한국의 만성콩팥병(CKD) 환자가 최근 10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하며 사회·경제 전반에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암·심혈관질환과 달리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와 법적 근거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아 정책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대한신장학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2015년 17만여 명에서 2024년 34만6,518명으로 10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석 환자도 6만1,218명에서 10만2,033명으로 66.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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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 |
만성콩팥병은 신장 기능이 3개월 이상 떨어져 노폐물과 수분 배출이 어려운 질환으로, 방치 시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된다. 이 단계에선 투석이나 이식 없이 생존이 불가능하다.
국내 말기신부전 유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2,608명으로, 대만·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투석·이식 환자는 현재 13만7,000명 규모로, 10년 새 두 배 증가했다.
진료비 부담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3년 관련 진료비는 2조6,671억 원으로 단일질환 중 3위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2조8,300억 원으로 1,600억 원(6%) 증가했다. 대한신장학회는 10년 내 투석 관련 총진료비가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로 전체 암 환자(70.97%)보다 낮다. 신장이식 평균 대기기간은 7년 7개월로, 2019년(6년) 대비 1년 이상 늘어났다. 현재 대기자는 3만5,707명이며, 하루 평균 6.8명이 대기 중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대병원 등 24개 기관의 장기추적 결과, 만성콩팥병 4기 환자는 평균 4년, 5기 환자는 1년 3개월 만에 투석 단계로 진행됐다. 질환이 고도화될수록 투석 진행률이 40%에서 80% 이상으로 급등해 조기 발견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 아주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말기신부전 환자의 28.3%가 우울·불안 등 정신질환을 동반하며, 주 3회 4시간 투석에 의존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 세계보건총회에서 신장질환을 비감염성질환 관리항목에 처음 포함시켰다. WHO는 세계 환자 수가 현재 6억7,000만 명에서 2050년에는 사망원인 5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암관리법」처럼 신장질환을 포괄하는 법률이나 국가 기본계획이 없어 조기발견·예방·관리체계가 전혀 없는 상태다.
최보윤 의원은 “만성콩팥병은 국민 7~8명 중 1명이 앓는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 10명 중 9명은 본인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침묵의 살인자’”라며 “이미 국가 경제와 보건시스템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으나 정부 대응은 턱없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는 “암처럼 국가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과 법제화를 통해 예방·조기진단·치료·관리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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