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비만 보정 후 결과도 '동일' 유지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국내 폐경 전 여성 약 93만명을 분석한 결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출산하지 않은 여성보다 췌장암 발생 위험이 약 3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출산 자체가 췌장암을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여성호르몬을 비롯한 생물학적 요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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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현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교수. [사진=고려대 안산병원] |
5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 따르면 박주현 가정의학과 교수와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연구팀이 폐경 전 여성의 출산 경험과 췌장암 발생 간 연관성을 분석한 전국 단위 코호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9년 국가암검진을 받은 40~55세 폐경 전 여성 93만5345명을 평균 9.3년간 추적했다. 이 기간 전체 대상자 가운데 2065명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분석 결과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한 차례 출산한 여성의 췌장암 발생 위험은 28% 낮았고, 두 차례 이상 출산한 여성은 30% 낮았다.
이 같은 차이는 나이와 체질량지수, 흡연, 음주, 운동,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췌장염 등 주요 위험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반면 초경 시기와 모유 수유 기간, 경구피임약 복용 기간은 췌장암 발생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여성 생식 요인 가운데 출산 경험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된 셈이다.
연구팀은 임신 기간 증가하는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이 췌장 조직과 암 발생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정확한 작용 기전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호르몬 변화 외 다른 생활·사회경제적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췌장암은 주요 암 가운데 생존율이 낮은 난치성 암으로 꼽힌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상당수 환자가 암이 진행된 뒤 진단받으며, 국내 신규 환자도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전체 연령에서는 남성 환자가 더 많지만 최근 젊은 여성의 췌장암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해외·국내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흡연과 비만, 당뇨병 외에 여성 특유의 생식·호르몬 요인을 살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연구 대상인 폐경 전 여성에서 췌장암 자체가 드물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추적 기간 중 절대 발생 위험은 1000명당 2~3명 수준으로 낮았다. 출산 경험에 따른 상대위험 차이가 확인됐더라도 개인의 실제 발생 가능성이 곧바로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출산 경험과 췌장암 사이의 연관성을 대규모 자료에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여성호르몬과 임신 과정이 췌장암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규명하면 젊은 여성의 위험도 평가를 세분화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서 췌장암 발생 위험이 낮게 나타났지만, 이번 결과만으로 출산의 직접적인 예방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며 “여성호르몬과 생식 요인이 췌장암 발생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금연과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당뇨병 관리 등 검증된 위험요인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췌장암 예방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Mayo Clinic Proceeding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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