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의혹]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고작 7명?"...靑·SH "아예 없어" 조사 믿을 수 있나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03-11 16: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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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조단, 민변·참여연대서 투기 의혹 받은 13명 제외하면 '7명'만 추가 확인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아예 없다"...SH공사 자체 감사 "의심 사례 찾지 못해"
조사 결과 믿을 수 있나...배우자, 지인, 차명 등 모든 거래 방식 들여다 봐야

LH 직원 땅투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국토부·LH 직원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토지거래에 대해 정부합동조사단이 벌인 1차 조사 결과 LH 직원 7명만 토지소유가 추가로 확인됐다.

청와대 역시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그 직계가족에 대해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부동산 투기 의심 사례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직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부동산 보상 여부에 대해 자체 감사한 결과 의심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전해, 이 같은 조사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3차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합조단, 민변·참여연대서 투기 의혹 받은 13명 제외하면 '7명'만 추가 확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후 합조단이 국토부 공무원(4509명)·LH 직원(9839명) 총 1만 4348명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 안산 등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 2곳에서 지난 2013년 12월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토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합조단은 현재까지 조사 대상자 중 동의서가 늦게 제출됐거나(국토부 1명, LH 25명), 해외거주(휴직) 등으로 동의서를 취합 중인 LH 직원(3명)을 제외한 1만 4319명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

합조단 발표에 따르면, 이번 1차 조사 결과에서 3기 신도시 지구와 인접·연접 지역 내 토지소유자는 20명(국토부 0명, LH 20명)으로 기존 민변·참여연대에서 투기 의혹을 제기한 13명 외에 7명만 추가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광명·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양창릉 2명, 남양주왕숙, 과천, 하남교산 등에서 각각 1명씩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1명이 8개 필지를 매입하거나, LH 직원·지인 간 공동매입한 사례가 발견됐으며, 시흥시 과림동의 경우 1개 필지에 직원 4명을 포함한 22명이 공동 매입하기도 했다.

시기별로는 지구 지정 공고일 기준으로 2년 전부터 19필지의 토지 매입이 이뤄졌으며, 공고일로부터 ▲ 6개월 전 3명 ▲ 1년 전 8명 ▲ 2년 전 8명 ▲ 3~5년 이내 2명 ▲ 공고 후 1명 등이다.

한편, 합조단은 토지거래 외 3기 신도시 개발지구와 인접 지역에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조사 결과 총 144명(국토부 25명, LH 119명)을 확인했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대부분 아파트·빌라로 고양시 행신동, 하남시 덕풍동,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기존 시가지 내에 위치했다. 합조단은 투기여부 판단을 위해 수사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광명=연합뉴스]

◆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아예 없다"...SH공사 자체 감사 "의심 사례 찾지 못해"

정만호 국민소통수석도 같은 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368명을 대상으로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 내역이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수석은 "인접 지역에 주택을 구입한 거래 2건이 있지만 모두 사업지구 외의 정상 거래로, 현재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이며 재산 등록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SH공사도 감사실 주관으로 지난 2010년 이후 14개 사업지구 대상 직원 1531명과 동일세대 직계존비속 4484명에 대한 부동산 보상여부를 조사한 결과 토지투기 의심 사례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H공사는 총 4명(토지 1명, 지장물 3명)의 직원 가족이 보상금을 수령했지만, 확인 결과 1명은 입사 전 상속 토지보상으로 혐의가 없고 1명은 혐의가 낮아 보이나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2명은 2019년 허위 영농서류 제출로 자체조사 후 이미 중징계(강등)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 SH공사 자체 감사 결과 자료 [제공=SH공사]


◆ 조사 결과 믿을 수 있나...배우자, 지인, 차명 등 모든 거래 방식 들여다 봐야

이 같은 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기 시작하자 정치권에서는 배우자나 지인, 차명을 통한 거래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며 싸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정 총리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이나 차명을 통한 거래는 물론이고 배우자 기록도 조사된 바 없는 ‘무늬만 조사’"라고 지적했다.

또 "사람 이름 갖고 전수조사해봤자 차명으로 빠져나간 진짜 투기는 알 수도 없으니 ‘돈 되는 땅과 돈의 흐름’을 즉각 대대적으로 뒤져야 한다고 수없이 지적되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번 조사는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본인에 대해서만 실시했고, 조사 대상인 국토부가 조사단에 참여한 셀프조사라는 점 그리고 정부 조사로는 투기의 핵심인 차명거래를 밝힐 수 없다는 점에서 이미 한계로 지적됐다"고 논평했다.

이어 "투기자들에게 증거인멸의 시간만 벌어주고 의혹만 일파만파 확대시킨 셈"이라고 비판했다.

 

▲ 정의당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과 참석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3기 신도시 농지 불법거래 규탄 및 농지 소유실태 전수조사 촉구 정의당 농민대표자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합조단은 이번 조사 결과 확인된 20명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또한 국토부 공무원과 LH 직원에 대한 1차 조사에 이어 인천·경기 및 기초지자체의 개별 업무담당자, 지방 공기업 전 직원에 대한 조사도 신속하게 실시할 방침이다.

당초 합조단이 맡기로 했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에 대한 조사는 특별수사본부에서 토지거래내역 정보 등을 활용해 조사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행정관 이하 전 직원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3714명의 토지거래 내역도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조속히 발표할 예정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세대분리 직원가족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대 분리된 직원가족에 대해서도 개인정보이용 동의를 받아 위 14개 사업지구에서 토지 또는 지장물을 보상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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