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에어컨은 장식품....가정집 울리는 전기료 누진제

장찬걸 / 기사승인 : 2016-07-28 16: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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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장찬걸 기자] 중부지방에 열대야가 연일 나타나고 있는 요즘이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에어컨을 마음놓고 켜놓는 곳은 거의 없다. 덥다고 에어컨을 함부로 켰다가는 다음달 전기요금 폭탄이 담긴 고지서가 날아들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에서 밤 사이 너댓 시간만 에어컨을 켜도 전기요금은 수십만원씩 날아드는게 보통이다.


에어컨을 처음 설치한 뒤 물정 모르고 사용했다가 한달 뒤 전기료 폭탄을 맞고 나서부터 에어컨을 그냥 장식품으로 여기고 사는 집들도 많다. 이러다 보니 노약자가 있는 집에서조차 에어컨을 켜지 못해 열사병에 시달리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 한여름 무더위 절정기 때 열사병 환자가 나올까봐 정부가 나서서 각 가정에 에어컨을 켜라고 장려하는 것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정부가 각 가정에 함부로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못된다. 왜일까? 그 이유는 정부도 책임져줄 수 없는 전기요금 폭탄이다.


정부가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숱한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는 불합리한 전기료 누진제가 그 것이다. 현재 전기료 누진제는 주택용에만 적용되고 있다. 상점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용과 공장 가동에 쓰이는 산업용 전기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가와 공장들은 일정한 비율로 전기를 쓰는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 전기는 6단계 전기료 누진제가 적용된다. 많이 쓸수록 단위 사용량에 대한 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그런데 문제는 누진율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웃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도 전기료 누진제를 채용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무자비한 정도는 아니다. 고작해야 2~3단계 구조에 완만한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전기료 누진제는 단위사용량(같은 양의 전기 사용량)에 대한 1단계 구간 요금과 6단계 구간 요금의 차이가 무려 12배 가까이 된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그 배수가 기껏해야 2배수 이내인 것과 비교하면 가히 무자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 동안 정치권에서도 숱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그 때 뿐 아직까지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매년 여름 반복되는 전력난이 신경쓰이는데다 누진제를 함부로 손댔다가 각 가정에서도 전기를 많이 쓰는 집들이 더 큰 이익을 보게 된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가가 장기화되고 있는 이 때를 이용, 적어도 장마 뒤 무더위 절정기 때만이라도 각 가정이 에어컨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료 누진제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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