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 국토부에게 ‘보잉 사태’는 강건너 불인가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03-15 09: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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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14일에야 ‘사고뭉치’ 항공기인 보잉 737-맥스8의 국내 운항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에티오피아 항공사의 보잉 여객기 참사가 벌어진지 꼬박 나흘만의 일이었다. 그 사이 많은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정부의 조치를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려야 했다.


항공안전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이날 전문 형태의 메시지인 ‘노탐’을 통해 전세계 항공사와 조종사 등 항공 관계들에게 문제의 항공기 국내운항 중단 방침을 전했다.


보잉 737-맥스8 여객기. [사진 = 연합뉴스]
보잉 737-맥스8 여객기. [사진 = 연합뉴스]

그나마 다행이지만 ‘보잉 사태’에 대응하는 국토부의 조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외국의 항공안전 당국이 발빠르게 문제의 항공기 운항을 전면금지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14일 국토부의 조치 이전까지는 외국 항공사가 문제의 항공기를 이용해 국내 공항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간 보잉 737-맥스8이 보여온 사고 패턴으로 보아 이륙하다가 인천공항 등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티오피아 사고 이후 우리 국토부는 50여개 국가가 앞다퉈 자국내 운항금지 조치를 내릴 때까지 이렇다 할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문제의 항공기 제조사의 이익을 지켜야 할 미국조차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전면 운항금지 조치를 내릴 때까지 우리 국토부는 ‘특별점검중’에 있었다.


이번 보잉 사태는 우리 당국이 안전에 대해 어느 정도나 무딘 감각을 갖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던 말은 그저 공염불에 불과했다. 비교해 말하자면, 우리가 안전 후진국이라 비웃던 나라들보다 더욱 후진적인 행태를 드러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례로 안전에 관한 한 우리보다 뒤져 있다고 여겨져온 중국은 에티오피아 사고 발생 이후 만 하루가 채 안 돼 문제의 항공기 운항을 금지시켰다. 이어 줄줄이 비슷한 조치가 내려졌고, 미국의 ‘절친’인 캐나다마저 그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자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운항 금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작게는 보잉사의 경영 악화와 주가 하락, 크게는 미국의 이익이 침해될 것을 감수하고 내린 안전 조치였던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일하게 문제의 기종을 운용중인 이스타항공이 국토부의 조치가 있기 전부터 자발적으로 운항을 자제해 국적 항공사의 사고 위험은 미연에 차단됐다. 문제는 국토부의 행보다.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국토부의 존재 이유는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의 자발적 조치가 ‘국토부와의 협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의 행보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국적 항공사들은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114대의 보잉 737-맥스8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두 대의 해당 기종을 운용중인 이스타항공은 국토부의 정밀안전 점검 후 ‘이상무’ 판정이 내려지면 운항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 그런 만큼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정부 스스로 강조하고 있듯이 국민의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다. 이는 정권, 나아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사업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마저 보잉의 이익과 자국의 이익을 과감히 포기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각오로 이번 사태에 임해야 한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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