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일회용품 규제, 순환경제 차원의 촘촘한 전략 시급하다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05-17 18: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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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생활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비닐봉투 등을 단계적으로 규제하고 대형마트 등의 과대포장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규제의 최대 목적은 지구 환경은 물론 우리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커피전문점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됐고, 올해 4월 1일부터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라 전국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규모점포와 매장 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 봉투 사용이 금지됐다. 환경부와 커피전문점 16개사는 지난해 5월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고 그동안 다회용컵 사용과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 운동을 벌여왔다.


환경부는 단속에 앞서 올해 1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비닐봉투 사용금지 안착을 위해 현장 계도를 실시했다.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점포에는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출처= 환경부]
우리나라에서 하루 버려지는 폐 플라스틱양은 4232톤에 달한다. [출처= 환경부 유튜브]


이같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과 규제를 통해 커피전문점 매장 안에서 머그컵 제공, 소비자들의 텀블러 휴대, 친환경 플라스틱 용기 개발, 종이빨대 등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대안 빨대 개발, 리드컵 같은 빨대 없이 마시는 컵 개발 등이 이어졌다.


정부와 소비자, 기업들의 노력은 일정 부분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회용품 대안이나 대체품들의 경우 일부는 효과가 있지만 일부는 효과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 등이다.


머그컵을 세척하기 위해 세제와 물을 써야한다거나 세척 불량으로 인한 위생문제 우려가 나왔다. 텀블러가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하면서 잦은 교체성향이 나타나며 일회용 용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일회용컵이나 빨대 등을 생산하던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도 파생됐다. 친환경의 명분과 경제적 현실이 맞지 않는 경우들이 속속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한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노력 만큼 플라스틱 사용의 총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더욱 현실적이다. 결국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의 자원 회생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정책과 함께 사용량 감소 노력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유럽플라스틱및고무기계협회가 추산한 2015년 주요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출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진국들은 '채취-생산-소비-폐기'로 이루어지는 선형 경제구조를 순환형으로 전환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 규제는 환경오염 문제 뿐만 아니라 자원순환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 과제다.


지난해 9월, 환경부를 비롯한 10개 관계부처는 제1차 ‘자원순환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기본계획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자원순환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2018년부터 2027년까지 이뤄지는 10년 단위의 국가전략이다.


자원순환기본계획의 목적은 자원의 효율적 이용, 폐기물의 발생 억제 및 순환이용의 촉진 등에 관한 중장기 정책목표와 방향제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지난 2015년 9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지속가능한 소비, 생산' 과제를 포함시켰다. 유럽연합(EU) 역시 순환경제 달성을 위한 행동계획과 법률 개정안 등을 포함한 순환경제 패키지를 2015년 12월에 발표하는 등 자원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빨대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컵의 종류들 [출처= 환경부]
빨대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컵의 종류들. [출처= 환경부 유튜브]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추가적인 폐기물 매립지 건설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만큼 환경오염의 극복 차원이 아니더라도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당면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정된 천연자원을 적게 사용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폐기물을 매립 소각 대신 재활용을 통해 경제에 되돌릴 필요가 있다.


일회용컵,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비닐봉투 등의 사용을 줄이면 당장 소비자는 불편해진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유입으로 우리의 신체까지 위협하기에까지 이른 환경오염은 물론 자원순환을 통한 지속가능사회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도 실효성 논란은 이어질 것이다. 대체물품이나 대안용품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불거지는 여러 변수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렇다고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친환경 폐기물 정책 방향을 포기하거나 틀 수는 없는 일이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소비자 행동이 요구된다. '나'부터 비닐봉투, 일회용컵,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쓰레기 없이 살기 운동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환경오염 방지는 물론 자원순환경제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플라스틱 등의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다 더 섬세하고 촘촘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가정에서 아무리 열심히 분리해 버려도 재활용하기에 부적합해 재활용업체로서는 골칫덩어리 쓰레기로 전락하는 페트병이나 폐비닐이 상당수인 것이 현실이다. 버려지는 페트병의 양이 엄청나지만 재활용을 위해 해외에서 페트병을 손질하는 아이러니도 벌어지고 있다. 재활용을 높이려면 모든 플라스틱 제품에는 색깔을 넣지 않는 등 재질의 표준화와 규격화가 시급하다는 재활용업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 빨대들. [출처= 환경부]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 빨대들. [출처= 환경부 유튜브]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KBS스페셜 '플라스틱 지구‘ 2편 ’굿바이 플라스틱‘에서 보여준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자원재활용 정책의 방향성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이날 방송에서 에프피코 환경대책담당인 신야 교소 씨는 일본의 페트병 제조회사는 "무색투명한 색깔의 한 가지 규격만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유는 “어느 곳에서도 페트병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자판기 천국인 일본에서 페트병 회수율이 2016년 기준 92.45%에 이르렀다는 수치에는 입이 딱 벌어진다. 일본은 깨끗하게 씻은 일회용기를 잘 회수하기 위해 슈퍼마켓과 협력한 환급제도도 시행중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량이 한 해 약 257억 개(2015년)에 이르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컵 재활용률이 단 5% 정도에 그치는 우리나라의 현주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페트병이나 비닐을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표준화·규격화하는 종합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규제가 없기 때문에 규제를 안 만든 정부가 잘못이다.” 정부는 이날 방송에서 재활용 선별 운영자가 페트병과 비닐 재활용과 관련해 지적한 쓴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은 페트병과 폐비닐 등 플라스틱 수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반납하면 현금으로 보증금을 환급하는 재활용제도인 '캘리포니아 보증금 환급제도(CRV)'의 성공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



5초만에 생산되는 빨대지만 자연 분해되기까지는 500년이 걸린다. [출처= 환경부]
5초만에 생산되는 빨대지만 자연 분해되기까지는 500년이 걸린다. [출처= 환경부 유튜브]


일회용품 사용으로부터 지구 환경을 지키는 최선의 방책은 우리 모두가 최대한 일효용품 사용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구매행동도 바꿔나가야 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쓰레기 없는 삶) 같은 범국민 차원의 운동도 고려해볼 만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 사용하는 폐 플라스틱 양은 4232톤에 이르고, 플라스틱 빨대는 5초에 만들어지지만 자연적으로 분해되기까지는 500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플라스틱이 발명된지 200년이 지났지만 처음 발명된 플라스틱은 아직도 썩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두렵기까지 하다.


환경도 지키고 우리의 삶도 윤택하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나 자신의 건강과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일회용품을 줄여나가려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친환경적인 대체용품의 개발과 판매에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간절하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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