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화의 '하도급업체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기술자료 유용' 강력 제재 의미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10-02 2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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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명령·과징금 3억8천2백만원 부과...법인·임직원 3명 검찰 고발도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국내 유수의 대기업인 한화가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유용한 불공정하도급 거래행위로 공정위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대기업의 정당한 대가 없는 중소기업 기술사용 행위는 공정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악질적인 ‘갑질’ 행위다. 중소기업인의 땀과 노력을 송두리째 빼앗고 혁신의 의지를 꺾는다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파렴치한 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한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 8200만 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관련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한화의 하도급업체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기술자료 유용 사건 경위.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화약과 기계장비 등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인 한화는 타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로부터 그 일부인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공급받기로 합의하고 공동 영업관계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한화는 하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이용해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자체개발·생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한화는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 한화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사실을 적발하기 위해 기술유용 전담조직과 기술심사 자문위원회를 통해 한화와 하도급 업체 각각 제조물의 부품과 핵심 기술의 특징 등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했으며,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전자우편 파일을 복원하고 그 전자우편에 첨부된 파일을 확인함으로써 설계도면 등 핵심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 대한 현장조사 시 수집한 디지털 자료를 통해 3600만 건의 파일을 추출·분석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방대해 10차례나 사건 관련 자료 선별과정을 거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한화의 기술자료 유용 과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화는 2011년 3월 하도급 업체와 한화 계열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공급 시 그 일부인 스크린프린터를 제조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한화의 계열사인 중국 한화 솔라원(2015년 2월 한화큐셀과 통합합병) 납품 시 해당 업체가 스크린프린터를 ‘제작, 설치, 시운전’하도록 위탁하는 내용의 하도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하도급 업체는 2011년 8월 한화 아산공장에 스크린프린터를 설치하고 구동시험을 완료했다. 그러나 계약의 다음 단계인 한화솔라원 중국 공장으로의 이동 및 검증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계약이행이 지체되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는 한화의 요구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제출했고, 2015년 11월 하도급 계약 해지 시까지 스크린프린터의 설계 변경, 기능개선, 테스트 등의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한화의 자료요구 및 하도급업체의 자료제공 내역.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하지만 한화는 2014년 9월 26일 하도급 업체로부터 마지막 기술자료와 견적을 받고 불과 며칠 후인 10월 초부터 하도급 업체에게 자체 개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신규인력을 투입해 자체 개발에 들어갔다.


이어 10월 2일에는 자체 개발을 위한 레이아웃(배치도) 및 프린터 헤드 레이아웃 도면을 작성해 10월 6일 고객사인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자신들의 자체 개발 스크린프린터를 소개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결국 한화는 하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2015년 7월 하도급 업체의 장비와 주요 특징, 주요 부품 등이 유사한 스크린프린터 자체 제작을 완료한 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화큐셀의 질문에 대한 답변 메일(10월 7일) 원본 내용을 살펴보면 한화의 자체 개발 스크린프린터는 기존에 하도급 업체가 개발한 것을 토대로 제작할 계획임을 알 수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특히 하도급 업체와 한화의 스크린프린터 장치는 웨이퍼 이송 방식 등에서 다른 제조사들의 동작 방식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일련의 과정에서 한화는 정당한 사유 없는 기술자료 요구 행위를 저질렀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한화가 발송한 전자우편 원문 일부.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한화는 2012년 5월 하도급 업체에게 매뉴얼 작성을 명목으로 태양광 스크린프린터의 부품 목록 등이 표기된 도면(81장)의 제공을 요구해 제출 받았다.


또한, 2014년 5월에는 납품 타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스크린프린터 세부 레이아웃 도면을 CAD파일로 요구해 제출받았다.


공정위는 이러한 CAD 도면 요구는 수요처의 요구와 공동영업을 위한 목적을 넘어선 요구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화는 기술자료 요구 서면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화는 2011년 11월 하도급 업체로부터 스크린프린터 매뉴얼 자료를 요구하고, 2013년 9월 및 2014년 5월과 8월에 스크린프린터 사양별 세부 레이아웃 도면 PDF파일을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한화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함께,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하고, 3억 8200만 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한, 한화 법인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간부 직원과 담당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대기업이 하도급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요구하여 받은 후, 해당 기술을 사용해 자체 개발·생산한 행위에 대해 제재한 첫 번째 사례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건이다”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정당하게 거래되는 환경이 우선 조성되어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대-중소기업 간 수직구조에 따른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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