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구성 변경 등 반영, 중간배당 포석 관측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경영에서 손을 뗀지 얼마 되지 않아 현대카드가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른 카드사들은 지난해 실적 호조로 배당금을 늘린 가운데 이같은 결정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에 따른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카드가 결산배당을 하지 않은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만이다. 전년도에는 결산배당으로 1467억원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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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제공] |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도 실적을 상회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 더욱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그간 고배당을 유지하며 FI에게 투자 수익을 꾸준히 제공해왔다.
이에 대해 향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점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내부자본을 적립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올해부턴 카드론 대출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에 포함되 대출영업에 제동이 걸리고 카드수수료도 또다시 인하된다.
지난해 현대카드는 카드론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드론 취급액은 4조919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이상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이번 배당금 미지급과 관련해 여러 대내외 상황이 안 좋은데 향후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차원"이라며 "여러 요인들을 살펴보고 상반기 중에 중간배당 실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커머셜과 대만계 푸본금융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주요주주들이 현대카드 우호세력으로 바뀌자 배당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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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카드 주주현황 [자료=현대카드] |
지난해 8월 주요 주주인 싱가포르투자청과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는 현대커머셜과 푸본그룹에 지분 24%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자동차 37.5%, 정태영-정명이 부회장 지분이 37.5%를 차지하고 있으며 푸본현대생명은 현대커머셜과 모비스가 총 22%의 지분을 갖고 있다.
FI는 계약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지분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현대커머셜과 푸본현대생명이 주요 주주로 합류하는 상반기 이후로 배당시점을 늦춘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 부회장은 디지털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이마트, ebay, 대한항공, 스타벅스 등과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자회사 블루월넛과 함께 차세대 간편결제 서비스인 '핀페이(PIN Pay)'를 출시했다.
핀페이는 온라인 결제에 이르는 시간과 단계를 대폭 줄인 간편결제 서비스다. 쇼핑몰 내 탑재된 핀페이 기능 선택 후 결제할 카드를 고르고 개인인증번호(PIN)만 입력하면 즉시 결제가 완료된다. 지난해 12월부터 29CM와 핀페이 시범서비스를 진행한 결과 30%에 달했던 결제 단계 고객 이탈률이 10%포인트 이상 개선되고 쇼핑몰 매출도 함께 늘었다.
현대카드는 이에 중소형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핀페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이를 무료 제공, 중소형 가맹점과의 상생 취지를 살려나간다는 구상이다.
정 부회장은 올초 키워드로 양적 성장과 질적 이동을 꼽고 "분기별로 프로젝트 진도를 확인하는 빠른 리듬을 도입해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금융 테크 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가지 쌓아온 AI와 블록체인, 데이터 알고리즘 기술을 기반으로 그동안 국내 금융사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초맞춤형(Super Customization)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현대카드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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