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 봉헌, 추모객들 곳곳서 '눈물' 배웅...고(故) 김수환 추기경 옆자리서 영면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2 02: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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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추기경, 강론 중 감정 복받쳐...“찾아뵙는 것만으로도 편했는데”
추모객들, 방역수칙 따라 대성전 밖 스피커 등 통해 장례미사 참여
프란치스코 교황 애도서한 대독…용인 성직자묘역서 '영원한 안식'

지난달 27일 노환으로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이날 장례미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2시간5분 동안 진행됐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명동성당 대성전 안에는 230명으로 입장이 제한됐다.

장례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단 앞에는 정 추기경의 환하게 웃는 영정과 그가 안치된 삼나무관이 자리했고, 제대 양쪽으로는 정 추기경이 사목표어로 삼았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옴니부스 옴니아·Omnibus Omnia)'을 적은 펼침막이 장식됐다.
 

▲ 지난 27일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미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성당 내 전체 좌석 수의 20% 수준인 250명만 참석이 허용됐다. 정 추기경의 유가족과 원로 사제, 동료 사제, 내빈은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성당 장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렸다.

대성전 옆 문화관 꼬스트홀에도 사제와 수도자, 유족, 신자 대표만 들어갈 수 있 일반 신자들은 성당 옆 영성센터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앞에서 정 추기경과 작별 순간을 함께 했다.

서울대교구 측은 원래 바깥쪽 뜰에 대형 스크린과 의자를 마련해 추모객들이 장례미사 영상을 볼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종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고려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끝난 후 유가족과 사제들이 영정과 관을 운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론자로 나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정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1일 주교단과 공동 집전한 장례미사에서 강론 도중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프란치스코 교황도 염 추기경에게 애도 서한을 보내 정 추기경 선종을 위로했다.

교황은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대독한 애도 서한에서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서울대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말씀을 전하며 기도로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추모했다.

정 추기경의 후임 서울대교구장인 염 추기경은 강론 도중 여러 차례 울먹이면서 스피커의 음성이 끊기기도 했다. 그러자 추모객 사이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며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이제 의지하고 기댈 분이 없어 참 허전하다'고 하시던 정 추기경님의 말씀을 저도 깊이 더 실감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 추기경님께서는 당신의 사목표어인 '모든 이에게 모든 것'처럼 인생을 사셨다"며 "정 추기경님은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늘 강조하셨고 마지막 말씀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어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사를 우리에게 당신의 삶으로 보여 주셨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의 뜻인지 분명히 알려주셨다"며 정 추기경의 삶을 기렸다.

정 추기경보다 12살 아래인 염 추기경은 2012년 정 추기경의 뒤를 이어 후임 서울대교구장을 맡았고, 선배 사제 퇴임 후에는 지근거리에서 그를 지켜봐 왔다.

▲ 고 정진석 추기경이 지나온 길. [그래픽= 연합뉴스]

장례미사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주교단 대표로 고별사를 했고, 고인이 소신학교 교사였을 때 사제의 연을 맺었던 제자 백남용 신부는 사제단 대표로 나와 "스승의 날이면 장미 100송이를 들고 인사드릴 때 아버지처럼 웃으시며 좋아하시던 스승님"이라고 상기했다.

평신도 대표로 나선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은 정 추기경이 생전에 이룬 훌륭한 업적을 일일이 말씀드릴 수 없다며 '최고의 목자 정진석 추기경님'이라는 12글자를 따서 12줄의 추모의 글로 바쳤다.

미사 추모행사가 끝난 뒤로는 정 추기경이 28년간 몸담았던 청주교구의 교구장 장봉훈 주교가 고인의 관 앞에서 고별식을 올렸다. 관 위에 성수를 뿌리고 향을 태우며 정 추기경에게 작별을 고했다.

고별식이 마무리되자 사제들은 정 추기경의 영정과 십자가를 앞세우고 그가 잠들어있는 삼나무관을 성당 앞에 대기중이던 검은 운구차량으로 옮겼다.

▲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된 후 신도들이 보는 가운데 운구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명동성당에 모인 추모객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미사가 끝날 무렵엔 곳곳에서 눈물을 보였다.

낮 12시5분께 정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성당에서 빠져나오자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려는 추모객들이 운구차를 중심으로 반원 형태로 모였다.

십자가를 앞에 세우고 정 추기경 영정을 따라 유족 및 사제들이 관을 들고 대성전 주 출입구를 빠져나오자 추모객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커졌다. 10분 뒤 명동성당 전체에 울려 퍼진 '조종'(弔鐘)에 맞춰 운구차가 움직이자 추모객들은 손을 흔들며 고인과 작별했다. 한동안 바닥에 주저앉은 추모객들도 있었다.

이후 관을 실은 차량은 사제와 수녀,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명동성당을 떠났고, 경기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으로 운구돼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 고 정진석 추기경의 하관예절이 1일 오후 경기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서 열렸다. 성직자들이 정 추기경의 관에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 추기경은 성직자 묘역 내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의 묘소 옆자리 1평 공간에 안장됐다.

염 추기경이 주례한 ‘하관예절’은 유가족과 서울대교구 주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1시 20분부터 40분가량 진행됐다.

하관예절은 고인을 위한 기도를 한 뒤 성수와 분향으로 묘소를 축성(祝聖)하고 하관 후 관 위에 흙을 뿌리는 것으로 마쳤다.

서울대교구는 오는 3일 서울 명동성당과 용인 성직자 묘역에서 정 추기경을 보내는 마지막 미사인 '우제'(虞祭)를 지낸다.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명동성당에 마련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4만6천 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마련된 고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를 찾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의 안내를 받으며 조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달 27일 밤 정 추기경이 입원해 있던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하자, 당일 자정께 명동성당에 빈소를 마련했다. 정 추기경 시신도 성당 내 제대 앞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안치해 장례에 들어갔다.

이 교구에 따르면 사흘간 진행된 공식 조문 동안 정 추기경 빈소를 찾은 참배객은 총 4만6천636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2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김정숙 여사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명동성당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연합뉴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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