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기아, 60년 버스사업 접나…'그랜버드' 멈추면 고속도로는 중국 버스 천하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6-22 0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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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 강화·수익성 악화에 그랜버드 존폐 기로
현대차와 사업 통합설 부상…광주공장 고용 문제는 노사 갈등 뇌관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기아가 약 60년간 이어온 대형 버스 사업 철수를 검토하면서 국내 버스 산업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 업체의 저가 공세에다 글로벌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대형버스인 그랜버드 생산을 중단할 경우 시내·고속·관광버스 시장이 중국산 차량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진=챗GPT4]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이미 국내 시내버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시내·고속·관광버스 시장까지 잠식할 경우 국내 고속도로 풍경 자체가 중국산 버스로 채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기아가 이번 검토를 한 배경에 현대자동차와의 버스 사업 통합 전략이 이미 포함됐는지 아울러 광주공장의 향후 생산 물량과 고용 보장 방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련될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회사 측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말을 아꼈다. 기아 관계자는 "버스사업 철수와 관련해 협의가 진행중인 부분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별도의 입장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노동조합(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 대책 없는 일방적 생산 중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강화되는 환경 규제 속에서 기아가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면서 노사 갈등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기아는 17일 열린 노사 고용안정위원회 실무협의 2차 회의에서 대형 버스인 '그랜버드' 생산 중단 방침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생산 중단 시점은 현재 수주한 물량이 모두 소진되는 1~2년 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버스 사업 철수의 가장 큰 변수는 노사 관계다. 같은날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지부 광주지회는 성명서를 내고 "고용 대책이 없는 일방적인 버스 생산 중단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측은 고용안정 대책과 미래 투자 계획 등 조합원의 생존권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노사 협의와 특근 협의를 전면 중단하고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 연 1400대 판매 한계에 환경규제·中 공세까지, 60년 역사 '멈춤' 위기

 

기아가 버스 사업에서 발을 빼게 되면 이는 아시아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온 약 60년 역사의 막을 내리는 셈이다.

 

한 때 기아 계열사였던 아시아자동차는 1965년 설립 이후 한국의 ‘버스 명가’로 불렸다. 승용차보다는 버스에 집중해 1970~1980년대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시내버스와 고속버스 대부분을 만들었고, 기아는 1994년 디젤 기반 ‘그랜버드’를 출시해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고속버스 대신 철도 중심의 교통 시스템 정착으로 한국 시장에서 좀처럼 판매량을 늘리지 못했다. 버스를 이용한 관광이나 출퇴근 문화가 사라진 것도 큰 타격이었다. 해외 판로 개척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연간 판매량이 1300~1400대에 그치는 상황이다.

 

더 큰 난관은 강화된 환경 기준이다. 각국 정부는 질소산화물 등에 대한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대형 디젤 버스는 이런 환경 기준에 가장 취약하다.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와 배출가스 재순환(EGR) 시스템 등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 데다 연구개발(R&D)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연간 판매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 1400대의 판매량을 보고 수천억원을 새로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생산 효율을 위해 현대차에 통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2025년 12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전세버스 4만1000대 중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60%와 30%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나머지는 중국산 수입 버스가 차지하고 있다.

 

◆ 중국산 '저가 공습'에 흔들린 그랜버드…기아, 버스 대신 PBV로 미래 먹거리 승부

 

저렴한 중국 전기버스의 공세도 기아의 고민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시내버스 시장은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영향력을 키우는 중이다. 

 

기아의 그랜버드는 고속·관광버스 시장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직접적인 경쟁 구도는 아니지만 중국 업체들이 최근 고속·관광버스 시장으로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향후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은 자체 보조금 등을 통해 대당 2억원 수준인 기아의 그랜버드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기아 입장에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전동화와 동시에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전기버스와 수소 버스 제품군을 보유한 현대차에 그룹 차원의 버스 전동화 전략을 맡길 것으로 본다.

 

대신 기아는 선택과 집중에 나설 전망이다. 기아는 최근 중장기 전략에서 전기차, PBV(목적기반 차량),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를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PV5를 시작으로 PV7, PV9 등 버스 제품군을 대체할 수 있는 목적기반차량 라인업 확대와 물류·배송·셔틀 차량 등 B2B(기업 대 기업)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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