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수면, 화장실 등 일상생활 속 부모님 건강 체크 '꿀팁'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설 연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빠질 수 없는 대화 주제는 건강이다. 부모님과 대화하다 보면 '괜찮아, 나이 들어서 그래'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여기기보다,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으니 잘 체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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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부모님 건강 몇가지 질문만 해도 알 수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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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는 잘 하시죠?
식사는 영양관리의 기초다. 삼시 세끼 식사를 묻는 것은 가벼운 안부처럼 들릴 수 있지만, 부모님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부모님은 스스로 넉넉하게 드셨다고 생각하는데, 예전과 비교하면 식사량이 확실히 줄어 있는 경우가 있다. 나이가 들면 소화능력이 약해져 흡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치아 건강도 안 좋아진다.
일부 어르신은 약한 치아 때문에 고기나 단백질을 꺼리시는데, 흡수율까지 낮으니 단백질 결핍이 쉽게 온다.
식사의 양이나 질이 좋지 않다면 이유를 꼭 여쭤보자. 입맛이 없는지, 씹거나 삼키는 게 어려운지, 혹은 소화가 안 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복용하는 약으로 인해 입맛이 없는 경우도 자주 있으니 최근 드시는 약이 많아졌는지 살펴본다. 변비도 매우 흔한데 말씀을 않고 혼자 해결하고 계신 부모님이 많다. 변비는 소화불량과 식욕저하로 이어지므로 놓치지 말고 확인하자.
◆ 약은 잘 챙겨 드세요?
부모님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한다면 ▲약을 몇 가지나 복용하는지 ▲제시간에 잘 복용하는지 ▲중복해서 복용하지는 않는지 질문해본다. 혹시라도 약을 더 많이 드시거나 덜 드시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 하신다면, 복용지침을 정확히 확인해 약 봉지에 날짜를 적어 놓거나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드리자. 약을 잊지 않고 제대로 잘 챙겨 드시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당뇨약이나 고혈압약은 가장 단순하고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임에도 복용을 잘못해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 댁을 방문한다면 약 상자를 한 번 살펴보자. 복용하는 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여쭤보자. 기억을 못하는 약이 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가급적 정리를 하도록 권유해보자.
◆ 평소 잠은 잘 주무세요?
"잘 주무십니까?", "잘 주무시면 피로가 조금 풀리세요?" 이 두 질문이 부모님 건강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질 낮은 수면은 몸에 다른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짐작할 만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새벽이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피곤함을 호소한다면 수면 질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어르신들은 일찍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면 새벽에 잠이 깬다. 지나치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부모님께서 이러한 불편을 호소한다면 취침시간과 기상 시간을 조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밤에 할 일이 없어 일찍 자는 경우가 많지만, 이로 인해 일찍 깰 수밖에 없다. 자는 시간을 뒤로 조금만 늦춘다고 생각하면 새벽잠이 없어지는 걸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화장실은 얼마나 자주 가세요?
중장년 남성이라면 반드시 확인해봐야 할 질환, 바로 전립선 질환이다. 전립선암, 전립선 비대증이 가장 대표적이다. 평소와 달리 빈뇨, 지연뇨 등 배뇨장애를 겪고 있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전립선암과 비대증은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검진은 필수다.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전립선 질환을 방치하면 방광, 신장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전립선암의 경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뇨에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라며 "주로 60~70대에 주로 호발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젊은 층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5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번 정도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검사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중년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배뇨장애가 있다. 요실금과 방광염, 그리고 야간 빈뇨다. 특히, 수면 중 자주 소변이 마려운 야간 빈뇨는 나이가 들수록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나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호르몬 변화 등으로 4050 여성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 깜빡 깜빡 잊는 일이 자주 있어요?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생률이 올라간다. 치매 발병 원인 중 약 7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초기에는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력, 이해력, 계산능력 등 인지기능 문제로 이어진다.
박기정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주변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힌트를 제시해 기억을 해내는지 여부를 확인해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망증이라면 뇌에 각종 정보들이 입력되어 있는 상태에서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정보 입력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인지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 최근 넘어지신 적 있으세요?
노인은 낙상으로 인해 골절을 입으면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감소, 간병과 의료비용과 같은 경제적인 부담도 뒤따라온다. 회복된다 해도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외출이나 운동을 잘 안 하고 집에만 있게 만들어 또 다른 건강문제가 발생한다. 정신적으로는 불안이나 우울증이 나타나 궁극적으로 노인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낙상으로 대퇴골 근위부가 골절되면 대부분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회복까지 약 6∼12개월이 소요된다. 골절부위 통증으로 인해 누워만 있게 되어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 위축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얻는다.
장영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낙상의 내적 요인으로는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부모님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 약이나 신경안정제, 겨울철 흔히 사용하는 감기약은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평소 균형감각을 높이고 근력을 키울 수 있도록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집안 내 넘어지기 쉬운 환경은 미리 막아야 한다. 발에 걸리기 쉬운 전기 플러그나 기타 장애물은 걷는 데 방해되지 않는 곳으로 치워둔다. 집안 조명은 너무 어둡지 않게 항상 적당한 밝기로 유지한다.
◆ 큰 목소리로 자꾸 되묻는다면?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증상이다. 청력의 노화는 30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에는 3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 95세가 되면 누구나 난청이 생긴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 자꾸 되묻고 목소리가 커진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뇌세포가 함께 퇴화해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성 난청이 발생하면 청력을 예전 상태로 회복할 수는 없고, 노화에 따라 더 나빠진다. 따라서 조기에 보청기 착용으로 청각 재활을 시행한다. 보청기는 병력 청취, 이학적 검사, 청력 검사, 그리고 필요에 따라 영상학적 검사로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은 후 나이, 귀의 상태, 난청의 정도와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착용하자마자 만족할 만큼 잘 들리지 않는다. 보청기 소리에 적응하는데 6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과 꾸준함을 가지고 조용한 곳에서 시작해 점점 시끄러운 환경으로 옮겨가며 서서히 착용 시간을 늘려가게 되면 소리가 잘 들리게 된다.
◆ 의욕 없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다면?
노인들은 신체적 질병, 신경의학적인 변화, 줄어든 사회활동, 경제적 어려움, 사별, 인지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 쉽다. 2021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70~79세의 우울장애 1년 유병률은 3.1%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다.
선제영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정신적인 문제를 부정하거나 숨기기도 하고, '우울하다'고 표현하기보다 '몸이 아프다', '소화가 안 된다'처럼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이 있음을 알아채기 어렵다"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증상을 이전보다 많이 표현하거나 갑자기 무기력해져 외출 빈도수가 낮아지고 평소 해오던 일도 하지 못한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의 위험 요인이자 자살의 주요 원인인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 기능을 되찾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병원에서의 치료와 더불어 규칙적인 생활 습관, 운동, 금주, 긍정적인 생각,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 가족과 사회의 적극적인 관여와 관심은 노인 우울증 치료에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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