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나온 가상자산업법안···양성화 물꼬 트일까

황동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05-09 09: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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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가상자산 법안 '뒷북' 발의 지적 이어져
과세방침은 불변, 주무부처 불명확 투자자보호 '구멍' 비판
금융당국, '내재가치 없는 자산' 규정, 정부내 이견 관건

 

▲ 사진=연합뉴스

 

성난 코인민심과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에 대해 정부가 인가를 하고 감독하는 법안이 뒤늦게 발의되며 양성화에도 물꼬가 트이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법안은 향후 양도세 부과를 위해 투자자의 본인 확인 의무 방안도 담았지만 이들 거래가 시작된 지 4년여 만에 제도화가 추진되면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 투자자까지 정부가 보호할 수 없다는 금융위원회 입장과 달리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400만명이 참여한 가상자산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하며 정부내의 혼선도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인 이용우 의원은 가상자산업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업법'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태년 민병덕 등 같은 당 의원 20명이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카카오뱅크 대표를 역임했다.

 

▲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가상자산업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업법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이용우 의원실 제공]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와 시세 역시 급등하며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열풍을 반증하듯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의 2021년 2월까지의 거래금액은 이미 작년 한 해의 수준을 넘어섰으며, 거래 건수 역시 절반을 넘어선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나 일본 등의 경우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가상자산업과 그 이용자에 대한 규제와 보호에 나서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의 관련 제도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특정금융정보법과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내년 1월 1일 부터 시행하는 정도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세와 거래가 급증하면서 거래소 해킹과 시세조작으로 이용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가상자산사업자의 정의, 시세조종행위 방지, 계약조건의 투명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우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는 엄연한 현상으로 존재하기에 가치 논쟁을 넘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법안 제정 배경을 밝혔다.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 제정안은 먼저 가상자산의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가상자산거래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며 ▲가상자산보관관리업자 및 가상자산지갑서비스업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의 무인가 영업행위와 미등록영업행위, 명의대여, 불공정행위를 금지하고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이해상충의 관리의무와 발행인이 발간한 백서를 공개하는 설명의무, 자금세탁방지 의무 및 본인확인 의무를 부여하며 ▲이용자의 가상자산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별도 예치하거나 이용자를 위한 보험계약 또는 피해보상계약을 맺도록 했다.

이용우 의원은 “시장이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 스스로 작동한다면 더욱 발전적인 제도가 장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상자산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용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여 건전한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싱가포르 등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가상자산을 제도권에서 관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한편 국회 정무위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거래소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인출하는 ‘코인런’ 현상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이 도를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감사원이 소관 업무를 떠넘기고 있는 각 부처의 직무 감찰에 나설 것, 문제 있는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검찰·경찰이 즉각 수사할 것,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계좌를 동결한 것 등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 3일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소득세법의 시행을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가상자산이 무엇인지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세금부터 매기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법 테두리 밖에서 돌아가는 투기시장이라고 치부하고 주무부처도 없이 외면하는 정부로부터 자산으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 채 과세만 하는 것은 납세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과세를 시행하되 2022년 1월 1일로 예정된 계획은 일단 1년 유예하고, 그 사이에 시장을 정비해야 한다며 ‘선정비·후과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논의가 본격화하면 금융당국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급증하는 가상자산 거래 규모에 견줬을 때 관련 법이나 제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나 정부가 개입할 시장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가상자산 주무부처로 결론이 난다고 해도 정부 내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에 대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견해 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 총리 후보자는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400만명 이상이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이를 비판했다.

 

제도화에 대해 여권 인사들끼리도 생각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입법까지 이뤄질지는 상당한 진통과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미국에서는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권한은 의회만이 갖고 있다"며 의회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최근까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수업을 담당한 만큼 비트코인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제기돼 왔다. 


한편 미국 금융권의 가상화폐 취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과 연계된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를 도입했으며 위험 헤지를 위해 가상화폐 서비스 기업인 '컴버랜드DRW'와 제휴해 비트코인 선물 거래도 지난달 시작했다.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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