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신규 진출국 간접투자, 19억 할랄시장 공략 잰걸음
[메가경제=주영래기자] 국내 유통업체가 내수에서 다진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메가경제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글로벌로 향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성장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SPC의 글로벌 성장세가 무섭다. 2004년 파리바게뜨를 중국에 진출시키며 본격적인 해외 사업을 시작한 SPC는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 이어 올해 3월에는 10번째 국가인 캐나다까지 진출했다. 현재 SPC는 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450여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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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바게트가 해외 매장을 속속들이 오픈하고 있다[사진=SPC] |
파리바게뜨는 지난 2014년 빵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이는 1988년 프랑스풍의 베이커리를 표방했던 토종 브랜드가 26년 만에 현지 중심가에 문을 연 사건으로, 70년간 축적한 원천 기술과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이뤄낸 결실로 당시에 화제를 모았다.
특히 빵을 주식으로 삼는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워낙 높기 때문에 파리바게뜨의 파리 1호점 개점은 단순한 신규국가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가 미식과 문화예술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내기 위해 10년 이상을 준비했다. 2004년부터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동향을 파악했고, 제품 개발과 시장 조사에 공을 들였다. 프랑스 현지의 까다로운 눈높이와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자들이 꾸준한 연구개발을 했음은 물론이다. 현지 브랜드 포지셔닝에 있어서도 제품 하나하나에 총력을 기울이는 '프리미엄 아티잔 블랑제리'콘셉트를 적용했다.
파리바게뜨 1호점인 샤틀레점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제품과 콘셉트로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이후 파리의 미식 중심가에 생미셸점을 선보였으며, 파리 외곽의 현대적 상업 지구인 라데팡스 지역에 3호점 보엘디유, 4호점 코롤점을 오픈한 데 이어 2022년 말 5호점 몽파르나스점을 잇따라 열며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파리바게뜨 프랑스 매장은 파리바게뜨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하는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로, 최상급 재료 사용, 숙련된 현지 제빵사 채용 등을 통해 파리지앵과 더불어 수많은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 내고 있다. 올해 1월 말 미국 동부 뉴저지주에 현지 가맹점 기준 100호점인 '레드뱅크점'을 열었다. 레드뱅크점이 위치한 몬머스카운티 지역은 한인이 거의 살지 않고 주민 중 뉴저지 토박이들이 95%에 달하는 현지 주류 상권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2005년에 미국에 진출한 파리바게뜨의 가맹사업이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는 반증이다. 미국에서만 12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의 현지 가맹점 비중은 85%에 달한다. 올해 예정된 160여 곳의 추가적인 가맹 계약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맨해튼에서만 1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가 미국 시장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의 다양성과 품질, 새로운 경험의 제공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오봉팽, 프레타망제 등 미국 시장의 기존 베이커리가 판매하는 품목이 평균 100종류 이하인 것에 비해 파리바게뜨의 경우 평균 300종 이상의 품목을 취급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보다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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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트 맨해튼 렉싱톤에비뉴점에서 미국인들이 빵을 고르고 있다[사진=SPC] |
미국 내'파리바게뜨 3.0'을 표방하며 변화를 준 제품 진열 방식도 성공 요소로 꼽힌다. 중앙에 '대형 매대'를 배치했는데, 이는 '다양하고 맛있는 제품을 동시에 보여주는' 압도적인 시각화를 통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SPC는 진출 초기부터 실리콘밸리 인근의 주요지역과 LA·샌디에이고를 아우르는 서부 거점, 뉴욕·뉴저지·보스톤 등을 잇는 동부 거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해왔고, 향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메릴랜드, 워싱턴, 하와이 등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SPC의 첫 해외 진출국인 중국의 전망도 밝다. 이미 2020년부터 현지 가맹점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였고, 그 수치는 현재에도 증가하고 있다. 가맹사업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현지시장에 브랜드가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출한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중국 시장서 파리바게뜨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포지셔닝된 것은 물론 300여 개 매장이라는 수치가 말하듯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에는 모두 진출해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친근감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SPC는 이미 2019년 4월 총 400억 원을 투자해 중국 텐진시 '서청경제기술개발구'에 축구장 3개 면적 크기(2만 800㎡ 규모)의 ‘SPC텐진공장’을 건립하며 가맹사업 확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SPC텐진공장'은 SPC그룹의 해외 생산시설 중 가장 큰 규모로 빵과 케이크뿐만 아니라 가공채소와 소스류 등 400여 품목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SPC의 중국사업부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상황에서도 2021년 실적을 흑자로 마감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는 2020년 6월 캐나다 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지역 진출 확대의 신호탄을 알리기도 했다. 캐나다는 미국 문화권 국가이지만 퀘백 등 일부 지역이 범프랑스권인 만큼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을 위한 핵심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3월 토론토에 오픈한 파리바게뜨 캐나다 1호점 '영앤쉐퍼드(Yonge&Sheppard)점'은 토론토 중심상권인 영 스트리트에 위치한 '영 쇼핑센터' 1층에 214㎡, 20석 규모로 자리잡았다. 파리바게뜨 영앤쉐퍼드점은 주요 관공서와 쇼핑몰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위치한 만큼 제품을 빠르게 고를 수 있는 셀프서비스 방식을 적용했다.
이와 함께 갓 구워진 빵, 신선한 샐러드, 샌드위치,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딸기생크림케이크 등 차별화된 제품들을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미국에서 쌓아온 사업 프랜차이즈 노하우를 활용 토론토, 밴쿠버, 퀘벡, 몬트리올 등 4대 거점을 중심으로 가맹 사업을 전개해 오는 2030년까지 100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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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문을 연 파리바게트에 빵을 구매하기 위한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SPC] |
SPC는 중국 미국 프랑스 등 초창기 주요 진출국에 발을 내디딜 때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모든 투자를 주도하는 '직접 진출' 방식을 택한 반면, 신규 진출국에는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포문을 열었다.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SPC가 2021년 11월에 진출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9개 매장의 평균 매출이 한결 같이 개점 전 예상치를 상회한다. 일부 매장은 개점 2년이 지난 시점임에도 붐비는데 많은 곳은 하루에 평균 400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 올해 초 새롭게 진출한 말레이시아에서도 파리바게뜨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과 합작법인인 '버자야 파리바게뜨(BERJAYA PARIS BAGUETTE Sdn. Bhd.)'를 설립했는데, 6개월만인 지난 1월에는 말레이시아 1호점인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점'을 오픈했다.
파리바게뜨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점은 아직 개점 초반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균 매출이 예상치의 2~3배를 웃돈다. SPC는 이슬람교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모든 제품에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향후 현지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폭넓게 개발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이후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앞으로 준공될 'SPC조호르바루 공장'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SPC는 'SPC 조호르바루 공장'을 전진 기지로 삼아 동남아, 중동을 포함한 19억 인구의 '할랄(HALAL)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말레이시아 외에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각각 8개, 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동남아 시장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펼치며 해외 10개국에서 470여 개의 글로벌 매장을 운영 중이다.
SPC 관계자는 "SPC는 해외 진출 시 국가 별 현지 시장 상황과 식문화 특성 등 여러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맞춤화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며 "기존 진출 지역 뿐만 아니라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해 세계 베이커리 시장서 베이커리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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