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 반도체 산업 생산기지 이전 유도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트럼프의 선택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 기회와 위기의 공존.” 복수의 국제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시간 6일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 실리주의 대두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메가경제는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국내 산업의 득과 실, 반도체·자동차산업에 미칠 영향, 기타 산업에 영향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해 본다. [편집자 주]
최근 미국 차기 정권의 경제 정책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를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9월 24일(현지시간)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조지아주 서배너 유세현장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면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대이동)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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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픽사베이 |
트럼프 당선인은 “내 리더십 아래 다른 나라의 공장과 일자리를 빼앗겠다”며 “미국에서 팔려면 미국에서 만들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지구상 모든 제조업은 미국으로 통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이었던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무력화하는 등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의 보조금을 백지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에 보조금 총 64억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8월에는 미 상무부와 최대 4억5000만달러의 연방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예비거래각서(PMT)도 체결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보조금을 축소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투자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제 반도체 산업 패권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도체는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인식 때문이다.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은 대규모 세제 감면과 함께 전 세계 제조업체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내 생산공장 및 기업에 한해 ‘법인세 15%까지 인하, 세계 최저 수준의 세율 제공’‘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 및 행정 절차 간소화’‘미국 내 생산 없는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미국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보장’을 공언했다.
특히 한국, 중국, 독일 등 주요 제조업 국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완성품 생산 시설 이전을 유도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계획대로 미국 중심의 공급망이 구축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다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 정치계도 이같은 위기를 인지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11일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했다. 골자는 미국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세제 혜택이 아닌 직접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또 반도체 R&D 인력은 주52시간 예외 대상으로 지정해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직접 보조금 지급과 노동 유연성 확보는 반도체 업계 오랜 숙원이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규모 보조금을 통한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특혜를 우려해 직접 보조금 지급에 주저해 왔다.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당장 경기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지역에 모두 622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준공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처럼 직접 보조금이 지급될 경우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 여력을 마련해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특별법안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감면세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대기업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15%, 연구개발은 30~40%이다. 미국은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반도체·제조시설 투자에 25%, 중국은 반도체 첨단기술 도입·적용 기업에 최대 10년간 50~100%의 법인세를 공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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