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 위한 정부의 식품·외식값 인상 자제 요청과 정반대 행보
주요 치킨 브랜드 중 교촌만 인상…온라인‧시민단체 등 비난 연이어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교촌치킨 창업주인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경영복귀 후 실적회복을 위한 첫 전략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자 소비자들 사이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내달부터 교촌치킨의 주요 품목 가격을 3000원가량 인상한다. 수익물가 안정을 위한 현 정부의 식품·외식가격 인상 자제 요청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치킨 업계 주요 경쟁사인 bhc와 BBQ치킨이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혀 더욱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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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
교촌치킨은 다음 달 3일부터 품목별 가격을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인상한다. 주요 한마리‧부분육 메뉴는 모두 3000원이 오른다. 교촌의 가격 인상은 지난 2021년 11월 이후 불과 1년 5개월 만이다.
대표 메뉴인 교촌 간장 오리지널의 가격은 기존 1만 6000원에서 1만 9000원으로 상향된다. 인기 품목인 허니콤보 메뉴는 2만 원에서 2만 3000원으로 인상된다. 배달료까지 감안하면 치킨 1마리를 시킬 때 약 3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권 회장은 악화한 수익구조 개선을 목표로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2019년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약 3년 9개월만인 지난해 12월 회장직에 복귀했다. 롯데그룹 출신의 전문경영인 소진세 전 회장은 이때 퇴임했다.
교촌은 지난해 약 80%의 영업 손실을 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도 409억 6244만 원 대비 78.4% 급감한 88억 4065만 원에 그쳤다.
업계는 교촌의 수익성·영업환경 악화가 원부자재값·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광고비 증가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신사옥 신축, 수제맥주 사업 확장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임차료‧인건비 등 각종 수수료로 인해 운영 비용이 상승했다”며 “가맹점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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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 [사진=교촌에프앤비 제공] |
이 같은 교촌의 행보는 경쟁사 bhc‧BBQ치킨과도 상반된다. 두 업체는 최근 원가인상 등의 여파를 똑같이 겪고 있으나 아직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가격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최근 정부가 고물가로 서민 경제 부담을 우려해 식품‧외식업체 등에 가격 인상자제를 요청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치킨값 인상 소식에 교촌을 향한 소비자 여론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비자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가맹점과의 수익구조를 개선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은 채 제품 가격 인상에만 혈안”이라며 “가맹비‧교육비‧보증금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면서 소비자들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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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촌의 가격 인상 발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지난 24일 교촌의 치킨값 인상 발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교촌 불매운동하자” 등의 제목으로 비난 섞인 게시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이 중 한 게시글에는 “3만 원대 됐다”, “치킨 이제 안 먹는다”, “이젠 흙수저는 못 먹는 치킨”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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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커뮤니티의 교촌 가격 인상 관련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한편 교촌은 최근 배달의민족 배민1에서 치킨을 단품으로는 구매할 수 없도록 모든 치킨 메뉴에 치즈볼을 강제적으로 끼워 파는 정책으로도 비난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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