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7개 사 영업이익 34.9% 감소했는데, 송출 수수료만 '인상'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TV홈쇼핑 업계가 결국 칼을 빼 들었다. 케이블TV와 TV홈쇼핑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케이블TV에서 홈쇼핑 채널을 빼는 초강수를 뒀다. 홈쇼핑 '블랙아웃'(방송 중단)이 현실화한 것이다.
최근 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아름방송·CCS 충북방송에 방송 송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홈쇼핑 업계가 초강수를 둔 배경으로는 케이블TV 가입자 수와 매출이 지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송출 수수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유료방송사업자들이 홈쇼핑 업체들로부터 무리한 송출 수수료를 요구해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 홈쇼핑 업계] |
TV홈쇼핑 업계는 매년 현실적인 송출 수수료 협상을 제안하지만,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홈쇼핑 업계의 고충을 반영하지 않아 생긴 갈등이다.
TV홈쇼핑 사업자들은 케이블TV가 받는 송출 수수료는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케이블TV 서비스 품질이 낮고 IPTV와 복수 가입된 시청자가 많아 사업 경쟁력과 건전성이 많이 뒤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홈쇼핑업계의 목소리를 요약해 보면 케이블TV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보다 송출 수수료가 더 높아 채널 유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1995년 함께 등장한 케이블TV와 TV홈쇼핑은 2000년대까지 한국 유료 방송 시대와 비대면 쇼핑 시장을 주도했지만, 현재는 두 업계 모두 존폐 위기까지 언급되는 실정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가 TV홈쇼핑이 아직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한국 TV홈쇼핑협회가 발표한 '2023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가 홈쇼핑 채널로부터 받은 2023년 송출 수수료는 731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케이블TV 전체 매출에 42.2%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2014년 32.5%에서 9.7% 상승했다.
이에 반해 케이블TV 방송 수신료 매출 비중은 2014년 45.4%에서 2023년 33.6%까지 줄었다. TV 시청 인구 감소로 방송 수신료 매출은 줄었으면서, TV를 통해 송출되는 홈쇼핑 사업자에게는 수수료를 더 받은 셈이다.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케이블TV의 유일한 돈줄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실제 케이블TV 시장은 가입자 감소까지 겹치며 채널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는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유료 방송 가입자 및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료 방송 가입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0.1% 감소했다. 유료 방송 가입자 수가 줄어든 건 2015년 하반기 조사 이래 처음이다.
특히 종합유선방송(SO) 가입자와 위성방송 가입자 감소세는 더 뚜렷하다. 2023년 하반기 종합유선방송과 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2020년 하반기 대비 각각 5%, 8% 떨어졌다. 같은 기간 IPTV 가입자가 약 15% 상승한 점과 대조적이다.
영업이익도 좋지 못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복수종합유선방송(MSO)의 방송 부문 영업이익은 2018년 대비 2022년 92% 감소했다. MSO에는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케이블TV, 딜라이브, HCN, CNB 등이 포함된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는 올 2·4분기 영업손실 1억59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TV홈쇼핑 업계 역시 비상식적인 송출수수료 지출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2023년 TV홈쇼핑 7개 법인이 유료방송사업자(케이블TV·위성방송·IPTV)에게 지불한 송출 수수료는 1조9375억원에 달한다. 2014년 1조 374억 원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86% 상승한 수치다.
TV홈쇼핑 7개 법인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23년 71%까지 치솟았다. 2019년 49.3%를 기록한 이후 4년만에 22%가 오른 셈이다. TV홈쇼핑 업계가 100원을 벌면 71원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한다. 이들의 2023년 합산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전년비 34.9%나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 7개 법인의 2023년 취급고와 매출액이 최근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한 만큼 업계 최대 위기 상황에서, 이들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배보다 배꼽이 큰 송출수수료 탓에 방송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진 건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료방송사업자 주요 재원인 TV홈쇼핑 채널의 송출 중단으로 방송 산업 생태계 자체가 파괴될까 우려된다"며 "케이블TV 사업자는 과거의 옛 영광은 그만 잊고 현재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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