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당국 “개인투자자 보호할 것”...게임스톱 주가 다시 폭등
미 의회 청문회 개최키로...헤지펀드 공매도 조사
거래제한 조치 관련…전방위적 '월가 손보기' 신호탄 주목
'서학개미' 게임스톱 국내서도 거래량 2위...테스라 이어 2위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반란'으로 화제를 모은 게임스톱(GME) 대란이 진정되기는커녕 전방위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게임스톱(GME) 공매도를 둘러싼 개인투자자와 헤지펀드의 '전쟁'이 미국 증권계와 개인투자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의회의 청문회 소집에 이어 검찰 수사와 증권 규제당국의 본격적인 조사로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400만 개인 투자자들은 몇몇 헤지펀드가 게임스톱을 공매도 타깃으로 삼은 데 반발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를 중심으로 뭉쳐 이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 1700% 이상 주가를 폭등시켰다.
지난 4일 주당 19.26달러에 불과했던 게임스톱 주가는 23일(이하 현지시간) 뒤인 27일에는 오전 장중 4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47.5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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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지역에 있는 비디오 유통체인 게임스톱의 매장 앞으로 한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
이로 인해 헤지펀드들이 엄청난 손실을 내고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공매도 포기를 선언해 큰 화제가 됐다. 게임스톱 공매도에 투자한 세력은 올해 들어서만 총 197억5천만달러(약 22조원)의 천문학적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공매도란 게임스톱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가격이 떨어진 뒤 매수해서 갚는 방식의 투자 기법이다.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하면서 공매도 주식에 대한 대여 수수료도 29.32%까지 올랐다고 CNBC방송이 전했다. 이는 기존 공매도 주식에 대한 수수료로 새로 공매도하는 주식 대여 수수료는 50%에 이른다.
게임스톱에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했으나 오히려 주가가 급등하면서 ‘숏 스퀴즈'(short squeeze) 현상도 잇따르며 널뛰기 그래프가 격렬해지고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공매도)한 헤지펀드 등이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계약이행에 필요한 실물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가 또 한 번 치솟는 현상도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공매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던 ‘개인 투자자’와 ‘헤지펀드’ 간 대결 양상이 정치권과 검찰, 증권규제 당국까지 확산하며 미국 전역을 넘어 전세계 증권계의 최대 화두가 된 것은 지난 28일(현지시간)이었다.
이날 로빈후드, 인터렉티브브로커스 등 일부 주식거래 플랫폼이 게임스톱과 AMC엔터테인먼트, 블랙베리 등의 주식 거래를 제한한 것. 이에 뿔난 개인투자자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수수료가 무료여서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로빈후드 등 일부 주식거래 플랫폼의 주식거래 제한조치는 정치권의 공분도 불러일으켰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에는 해당 주식을 매도하는 것만 가능하지만 헤지펀드는 여전히 매수와 매도를 모두 할 수 있어 불공평한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정치권이 개인투자자들의 오랜 불만인 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로빈후드는 29일 하루 만에 백기를 들고 게임스톱 등의 주식 거래를 재개했으나,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까지 점검 계획을 밝히면서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정치·사회적 메가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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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현지시간) '개미 대 헤지펀드'의 대결로 주목받는 게임스톱 주가는 67.9% 폭등하며 전날 급락(-44.3%)을 거의 만회했다. 인기 증권앱 로빈후드 등 주식거래 중개업체들이 게임스톱 등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그래픽= 연합뉴스] |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은 28일 성명을 내고 비디오게임 유통 체인인 게임스톱 주식에 관련된 주식거래 무료앱 ‘로빈후드’의 활동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게임스톱 관련 거래를 포함, 로빈후드 앱에서 이뤄진 활동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증권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유관 기관들과 협조 체제를 구축하며 상황 파악에 들어간 데 이어 마침내 칼을 빼들기 시작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을 비롯한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팀은 게임스톱 등 이상 주가 흐름을 보이는 주식들과 증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7일 전한 데 이어, 29일에는 SEC가 특정 주식의 거래를 과도하게 제한한 행위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CNBC방송에 따르면 SEC는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을 줬거나 특정 주식의 거래 능력을 지나치게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는 규제 대상 기관의 조치를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SEC는 이날 성명에서 "연방 증권법에서 금지하는 조작 거래 행위 등이 드러날 경우 우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잘못을 적발하고 규제 대상 기관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지키게 하도록 유관 기관들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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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미국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주식시장은 우리의 경제가 아니다. 거대한 카지노이자 억만장자들의 놀이터"라며 미 증권규제당국인 증권위원회(SEC)가 나서서 "정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엘리자베스 워런 트위터 캡처] |
앞서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전날 CNBC방송에 출연해 "시장 조작에 대해 분명한 규정을 갖고 이를 집행할 의지가 있는 SEC를 원한다"며 "순찰 중인 경찰관이 있어야 시장이 건강해진다. 그게 바로 SEC다"라고 압박했다.
이미 미국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판단하고 신속한 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불문하고 월가를 비판하며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게임스톱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각각 열기로 했다.
미국 상·하원 은행위원회는 28일 '게임스톱' 사태에 관한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밝혔다.
하원 패널을 이끄는 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 의원은 "우리는 최근 비윤리적 행위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헤지펀드들에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그것(시장)이 헤지펀드들과 그 금융 파트너들에 의해 어떻게 조작되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워터스 의원은 청문회가 공매도, 온라인 거래 플랫폼, 자본시장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시스템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가의 저승사자’ 워런 의원은 게임스톱 사태에 대한 성명을 내고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시를 개인 카지노처럼 갖고 놀면서 다른 사람들만 비용을 치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팻 투미(공화·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도 “로빈후드의 이번 조치가 충격적”이라면서 “투기성이 강한 주식이더라도 헤지펀드들과 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들도 자유롭게 매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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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없으면 팔 수 없고 차가 없으면 팔 수 없는데 주식은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공매도 제도를 비판하며 개인투자자를 지지했다. [출처=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
이같은 개인 투자자 편들기에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가세했다.
머스크는 28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소유하지 않은 집은 팔 수 없고, 소유하지 않은 차도 팔 수 없다.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가"라며 "그것은 헛소리이고, 공매도는 사기"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공매도를 뜻하는 '숏'(short)에 빗대 "여기 '땅딸보 옹호자'가 온다. 그들을 존경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게임스톱 사태에서 개미들이 시장에서 완승을 거뒀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공매도한 일부 헤지펀드가 손을 털고 나오면서 항복을 선언했으나, 대부분의 공매도 세력은 천문학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티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S3 파트너스는 29일(현지시간) 게임스톱 공매도 주식 총액이 112억 달러(약 12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총액 기준으로 게임스톱은 미국에서 투자자들이 테슬라, 애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공매도한 주식이다. 지난 7일간 게임스톱 주식에 대한 공매도는 불과 8%(500만 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로 결집한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에 멜빈 캐피털과 시트론 리서치 등 몇몇 헤지펀드가 백기투항을 선언했으나, 공매도 세력 대부분은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호 두사니스키 S3 이사는 "대부분의 게임스톱 공매도가 청산됐다는 말이 들리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공매도 주식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임스톱’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게임스톱’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거듭하고 있다.
29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의 과도한 주가변동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으나 게임스톱 자체는 주가가 다시 급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20.74포인트(2.03%) 급락한 2만9982.62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게임스톱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00% 넘게 오르는 등 폭등세를 보인 끝에 약 68% 상승 마감했다. AMC는 50% 이상 올랐다.
이날 로빈후드의 고변동 종목 거래 정책도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로빈후드는 거래를 일부 다시 허용했지만, 거래 규모를 극도로 제한했다. 장중에는 규모 제한을 더 강화했다. 게임스톱의 경우 투자자들이 1주의 주식만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 규모를 제한하는 종목도 50개로 대폭 확대했다.
앞서 게임스톱은 전날(28일) 시장에서는 몇 차례 거래가 중지되는 혼란을 겪은 뒤 전장보다 44.3% 떨어진 19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7일 135%나 폭등했던 게임스톱은 28일 오전 한때 39% 오른 483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로빈후드와 인터렉티브브로커스 등 복수의 주식거래 플랫폼이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들어 이 회사 주식 거래를 일부 제한한다고 발표하면서 하락세로 급반전했다.
장중 한때 60% 이상인 112.25달러까지 곤두박질쳤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다소 줄이면서 결국 44%대의 하락률로 28일 하루를 마감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빚어온 ‘공매도’ 화두는 국내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오는 3월 15일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정부도 규제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연일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스톱 사태’ 전개 상황은 우리에게도 더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권과 증권 규제당국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하다고 여겨지는 공매도 제도를 이번 기회에 손질하게 된다면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되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게임스톱 거래량이 해외주식 중 2위로 치솟는등 이른바 ‘서학개미’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28일 기준 예탁원을 통한 게임스톱 주식 결제액(매수+매도)은 1억274만달러(약 1146억원)로 27일(789만달러)의 약 13배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종목별 결제액 순위도 27일 40위에서 28일 테슬라(2억5847만달러)에 이은 2위로 급상승했다.
국내 투자자의 게임스톱 거래금액이 갑자기 급증한 것은 미국 증시를 뒤흔드는 게임스톱 주가 급등 및 공매도 논란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많은 '서학개미'들이 거래에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코 게임스톱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의 비디오게임 소매 체인업체 게임스톱 주가의 급등은 실적 등 펀더멘탈을 고려하면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주가를 보이고 있다. 기존 주식 투자의 정석이 깡그리 뒤집혀진 결과다.
설사 공매도 제도의 불공정에 대한 반발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을 용인해도 좋으냐는 또다른 질문에 맞닥뜨린다. 이 역시 시장질서를 크게 왜곡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연 게임스톱과 관련해 현재진행중인 ‘개미들의 반란’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여파로 공매도 제도에 일대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까? 전세계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미국 증시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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