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 물음표, 인수자금도 유증으로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이수그룹 계열사인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이수페타시스가 코스닥시장 상장사 제이오 인수를 위해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 투자자와 증권가가 비판하고 있다.
메가경제 취재 결과 한날 한시에 논의된 호재성 정보를 시간 외 단일가 매매 시간에 알린 반면 하락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 소식은 거래가 마감된 후 공시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논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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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 본사 [사진=이수페타시스] |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8일 오후 4시 55분쯤 대구시와 맺은 신규 시설 투자 관련 공시를 냈다. 정규 시장은 끝났지만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시간 외 단일가 매매’로 거래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시장에서는 시설 투자를 호재로 받아들였고, 이날 오후 4시 50분 3만1650원이던 주가는 공시 직후인 오후 5시쯤 3만3000원까지 올랐다.
또 이수페타시스는 모든 장이 종료된 이후인 이날 오후 6시 44분쯤 “시설 자금과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을 위해 5500억원 규모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2998억원을 제이오 주식과 전환사채(CB) 인수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8일 기준 이 회사 시가총액 2조80억원의 27.3%에 달하는 규모다.
그런데 이수페타시스는 공시 당일인 8일 오전 9시에 열린 이사회에서 시설 투자, 유상증자 관련 사안을 모두 논의했다. 이 때문에 호재성 정보는 장중에, 악재성 정보는 장 마감 이후에 선택적으로 공시했다는 말이 나온다.
연이은 호재성 공시에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오름세를 탔지만 곧바로 대규모 유증 악재 공시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종목 토론방 등에서 “말도 안되는 유증에 말도 안되는 이수”, “개미 뒤통수 제대로 쳤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접수했다는 인증의 글을 게시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수페타시스 관계자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지연돼 공시가 늦어졌을 뿐 의도적으로 시차를 두고 공시를 진행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제이오 인수와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결과”라며 “신사업 검토 중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소재로 활용되는 탄소나노튜브(CNT)라는 아이템에 주목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수페타시스의 이번 결정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수페타시스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데다 대규모 인수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는 인공지능(AI) 기반 MLB 기판(고다층인쇄회로기판)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이지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이오 인수 의사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및 검토 내용, 중장기 제이오의 성장성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제이오는 이차전지 설비 등 플랜트 매출이 88%, CNT 매출이 12% 수준"이라며 "CNT 매출의 90% 이상이 S사와 유럽 고객사인데, 이 회사들의 2025년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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