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기간 행사 잡음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계열사인 제주항공 여객기의 무안공항 참사에도 끝내 현장을 찾지 않아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조짐이다. 이번 참사는 지난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된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장 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고 이후 밝힌 사과문이 면피에 그쳤다는 사실을 간접 입증한 격이며, 애경의 사명까지 바꿔야 할 중차대한 실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애경의 사명은 ‘사랑(愛)과 존경(敬)’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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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홍대 애경타워, 네모 안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진=애경그룹] |
6일 메가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재계 안팎에서는 장 회장이 사고 현장을 찾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장남인 채명석 수석부회장이 대독한 자체가 사과의 진정성을 떨어뜨렸다"며 "유족들의 망연자실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려면 장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몽규 HDC 회장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진정 어린 사과를 했음에도 유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애경그룹 장 회장과 자녀들은 자리를 보존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특검 문제로 위기에 빠졌을 때 직접 대국민 사과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경영권 승계와 노조 탄압 문제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며 "그룹의 위기에 회장이 직접 머리를 숙이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애경그룹은 사상 최대 위기에 회장이 2선에서 관망하는 건 매우 부적절한 처신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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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이 유족들 앞에서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 |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사고 발생 11시간 만에 공개 사과했다.
사고 당일인 29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임직원 명의로 공개 사과문을 내고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더욱이 AK홀딩스는 이러한 대국민 사과 발표 이틀 후인 31일, 그룹 계열사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이 국가 애도 기간에 '연말 행사'를 연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노보텔은 애경그룹 계열사인 AK플라자가 위탁 운영하는 호텔이다.
노보텔은 행사에서 신규 입사자에 대한 소개, 우수 직원 및 장기 근속자에 대한 포상, 생일자 이벤트, 럭키 드로(경품 뽑기), 떡케이크 커팅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사가 송년회나 신년회를 국가 애도 기간 이후로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애경그룹과 관계된 회사가 이를 무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며 "한쪽에서는 회장 명의의 '대독 사과'를, 다른 한쪽에서는 '연말 파티'를 진행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애경그룹에게는 이번 참사 외에도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질 조짐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를 중심으로 애경 계열사와 관련 상품, 브랜드 등이 공유되는 동시에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제조 판매하는 애경산업은 물론, AK플라자의 백화점 유통 사업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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