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거위' 카카오뱅크, 대주주 벌금형 이상 적격성 상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카카오가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사법리스크로 자칫 알짜배기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이기에, 최고경영자가 법정형을 받는다면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법상 인터넷은행은 대주주에게 벌금형 이상이 내려지면 그 적격성을 잃게 된다. 반면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과 카카오에 대한 재판이 대법원까지 장기화 되는 경우 정권 교체 등으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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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장대규)는 17일 김 위원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2일 열린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경영권 인수를 막기 위해 에스엠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이 SM 주가조정 혐의와 관련해서는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가 조종 혐의와 관련해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최고경영자 위치인 김 위원장이 이를 지시·승인했거나 적어도 묵인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재판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되면 카카오는 '황금알 낳는 거위' 격인 인터넷은행 사업을 헐값에 처분해야할 상황에 직면할 수 도 있어 은행권 등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금융업 1위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계열사이다. 이는 법원이 김 위원장을 실질적인 지배주주이자 최고 경영주로 본다는 해석이다. 이런 경우 카카오 마저 유죄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 횡령·배임 등 의혹까지 첩첩산중이다.
카카오뱅크 대주주인 카카오가 법원에서 처벌받을 경우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긴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은 최근 5년간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6개월 안에 카카오뱅크 지분 10%만 남기고 나머지 17.17%를 다른 회사에 넘기거나 공개매각 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매출 부풀리기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최종 제재 수순에 들어 갔다. 단 분식회계 건은 고의성 여부 입증이 관건인데, 카카오모빌리티의 ‘과실’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받는 대신 주행데이터와 광고수수료 명목으로 16%를 주는 계약이 별도라고 주장한다. 별도이기 때문에 고의로 부풀린 게 아니라, 택시 회사들로부터 받는 20% 수수료를 온전히 매출로 산정(총액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과 카카오 법인을 향한 의혹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김범수 위원장에게 처벌이 내려지면 금융위가 판단을 하겠지만, 카카오가 대주주이기에 법리상 김범수 위원장의 재판결과를 갖고 카카오뱅크의 앞날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며"또한 대법원까지 갈 것을 고려하면, 형 확정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린다. 정권교체 등 이슈로 사실상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카카오 쪽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이날 입장을 내고 “김 위원장은 에스엠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용인한 바가 없다. 이 건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을 둔 장내 매수”라며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 향후 영장 심문 과정에서 이를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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