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 자금 가상자산·주식투자·생활비 등 사용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DB증권의 한 직원이 약 10년간 회사 명의를 도용해 355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현금화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은 내부감사 과정에서 적발됐으며, DB증권의 부실한 내부통제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DB증권 소속 박모(50) 씨는 2016년 3월부터 2025년 5월까지 회사 이벤트를 사칭해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에서 법인 명의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왔다. 총 구매 금액은 355억원이며, 현재까지 약 30억원이 미정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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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B증권] |
박 씨는 결제 유예가 가능한 ‘후정산’ 방식의 판매 시스템 허점을 노려, 회사 명의로 구매한 10만원권 상품권을 자신과 아들의 휴대폰으로 발송한 뒤 지류 상품권으로 교환해 현금화했다. 이후 이를 다시 상품권 구매에 사용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범행을 지속했다.
유용된 자금은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 생활비 등에 사용됐다. DB증권에 따르면, 미정산금액 가운데 약 10~14억원은 상품권 매매 손실, 7억7000만원은 코인 투자 손실, 3억5000만원은 주식 투자 손실, 약 5억원은 생활비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은 DB증권의 전반적인 내부통제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문제의 ID는 과거 이벤트 종료 이후에도 폐기되지 않았으며, 구매 내역은 박 씨의 개인 이메일로 전달돼 회사 회계 시스템에서는 감지되지 않았다. 인감 관리도 허술해, 박 씨는 회사 법인 인감을 무단 사용해 허위 공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특히 박 씨가 한 부서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내부 견제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었던 점도 사건의 장기화를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DB증권은 지난 5월 15일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같은 달 23일 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금융감독원에도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또한 박 씨의 자산 중 약 7억원을 확보해 일부 피해 금액을 변제했다.
회사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개인 ID를 통한 상품권 거래 전면 금지 ▲거래업체 정기 점검 ▲인감 날인 시 준법감시부서 검토 절차 강화 ▲직무순환제도 도입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DB증권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사안인 만큼 특정 임원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임원 공통 책무로 '금융사고 예방 책임'을 적용하고, 향후 책무구조도에 '계약 체결·유지 및 사후관리' 책무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상훈 의원은 "DB증권의 내부통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DB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내부통제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혁신적인 개선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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