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M&A 썰렁한 관심에 잇단 불발...매수 메리트 사라졌나

송현섭 / 기사승인 : 2023-10-19 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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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매각 무산 계기로 원점 재검토 여론 비등
동양생명·ABL생명·롯데손보·MG손보 등 매물만 5개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KDB생명 인수계획 포기한 것을 비롯해 올해 들어 보험사 M&A 거래가 잇따라 불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2개월여 진행한 실사 결과 지난 17일 산업은행에 KDB생명 인수계획 포기 의사를 밝혔다. 산업은행은 곧바로 매각절차를 중단했으며 관계 기관과 함께 원점에서 KDB생명의 처리 방향을 모색하기로 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KDB생명 인수계획 포기한 것을 비롯해 올해 들어 보험사 M&A 거래가 잇따라 불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내 전경 자료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의 자본확충 노력과 매수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에도 KDB생명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이번 의사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의 보험업 진출을 위한 메리트는 과거 업역별 경계를 못 넘을 때 존재하던 고유한 영역의 수익원이었다”며 “시중은행 중심의 주요 금융그룹에서 추구하는 보험업 진출 내지 강화전략이 정책기관의 입장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적으로 산업은행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고 이를 매각해 공적자금 회수와 함께 해당산업의 건전화를 유도하는 목적이 있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새 수익원을 확보해 성장·발전하려는 민간 금융사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업황 부진과 부실경영 등으로 투입된 공적자금 문제는 금융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독립 경영체제를 구축한 우리금융그룹의 전례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외환위기 당시 줄 도산으로 기업금융 부실화 때문에 공적자금 투입과 부실 금융기관간 통폐합을 거쳐 출범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그룹은 사실상 공공 금융기관으로 변화됐다.

이후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의 매각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혈세가 들어간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예보의 입장과 퇴직금까지 포기하면서 은행 살리기에 나섰던 임직원의 뜻은 달랐기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 잡기와 새 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사 등 알짜 계열사 매각 등을 거치고 원점에서 독자 생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계획을 인정받기까지 수많은 시련을 겪고 결국 독자 민영화를 실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기업 워크아웃과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 등 전형적 루트에 천착하기보다 해당 기업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자구노력을 토대로 독자 생존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아그룹 해체 뒤 옛 동아생명, 현 KDB생명 경영권이 산업은행에 넘어가던 당시 보험업의 위상과 메리트는 많이 달라졌다”며 “보험업의 제판분리로 영업환경이 변했고 지나치게 높았던 금융업역의 장벽은 완화되고 이젠 독보적 수익원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워크아웃 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부실기업 처리를 M&A 시장에 맡기는 데 대한 비판적 견해로 보인다.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매각만이 유일한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는 시각으로 해석되는데 우리은행의 선례와 같이 독립 경영 유도전략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최근 금융사 M&A 시장에는 중소형 보험사 매물이 5곳 정도 나와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KDB생명과 부실 금융기관 지정 이후 올해 들어 2번 예보에서 매각하려다 실패한 MG손해보험, 사모펀드 수익실현 시점에 맞춰 매각이 거론되는 회사로 롯데손해보험이 있다.

또 외국인 대주주의 경영실패로 잠재적 매각대상인 ABL생명과 동양생명까지 모두 5개사가 M&A 시장에서 보험사 매물로 거론된다. 이들 보험사는 대주주의 수익실현이나 공적자금 회사 등 대주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각대상이 되고 있다.

차익을 노리는 대주주와 기관의 행태와 인수를 고민하는 민간 금융사의 입장이 미스매칭되는 사례가 빈발하는 만큼 조직구성원의 자구노력을 기반으로 대안을 검토할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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