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가 '한류' 이끌 관상인가...심기일전 '올리브영 홍대'

정호 기자 / 기사승인 : 2024-06-04 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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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해외여행객 급증, 트랜드 파악 위한 해외 진출 교두보
"5개로 모자르다" 국내 2위 크기 매머드급 매장 열은 까닭

[메가경제=정호 기자] CJ올리브영이 중국 시장에서 낭패를 겪은 후 최근 홍대 상권 공략 강화에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해 3월 방한 관광객 수가 150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97%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홍대는 명동 이후로 국내 최대 관광지로 급부상하며 국내 주요 여행지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홍대에 '올리브영 홍대타운점'은 영업면적 991㎡를 자랑하며 3층 규모로 국내 여행 명소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CJ올리브영은 홍대에만 매장 5곳을 마련한 상태이기에 매머드급 매장을 출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모아진다.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지배적인 의견은 '해외 진출에 대한 교두보'로 종합된다.

 

▲ <올리브영 홍대타운점 외부 전경[사진=정호 기자]>

 

CJ올리브영은 이미 국내 화장품 편집숍 중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상태다. 그런데도 거대 매장에 힘주는 것을 봤을 때는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확대를 꾀한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아픈 손가락'이 남아있는 CJ올리브영 입장에서는 해외 진출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재 중국법인인 'CJ Olive Young (Shanghai) Corporation(CJ 올리브영 상하이)는 지속적인 사업 부진으로 인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2013년 첫진출 이래 사드 배치 보복·코로나19·중국 내 자체 브랜드 선호 현상 등 악재에 2020년 오프라인 매장 전면 철수를 선택했다. 

 

이후 CJ올리브영은 상하이 법인을 존속시킨 채 디지털 전환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문제 해결 방법이 되지 못했다. 2022년 136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70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손익 또한 24억원 수준에서 65억원으로 가중됐다. 해당 선례로 봤을 때 CJ올리브영은 해외 진출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올리브영 홍대점은 외국인 비중이 80%를 차지했다.[사진=정호 기자]>

 

올리브영 입장에서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더욱 확고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유독 외국인의 발길이 몰리는 홍대에 거대 매장으로 마련한 이유로도 풀이된다. 연령별 구매자의 선호 제품과 브랜드 등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업계 특성상 홍대점에서는 외국인의 화장품 기호 등을 파악할 때 더욱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홍대점이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메가경제가 이날 방문한 올리브영 홍대점은 그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다. 외국인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대타운점은 ▲1층 영화·게임·캐릭터 등의 '콜라보 팝업존' ▲2층 메이크업 제품과 선별 브랜드를 판매하는 공간 ▲3층 기초 화장품을 모아둔 곳 등으로 올리브영의 주요 제품들을 집대성시켰다.

 

입구에서는 외국인 여성 두명이 큰 쇼핑백에 구매한 물건을 가득 채운 채 나눠 들고 있었다. 1층에 들어서자 오는 12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캐릭터를 덧입힌 클렌징폼·자외선차단제 등 제품들이 쌓여 있었다. 

 

계단부터 매장 내부 보행 통로 간격은 넓어 이동 시 제약은 적었다. 내부에서는 중국어로 된 안내와 오는 6일까지 진행되는 '올영세일'에 대한 CM송이 주기적으로 흘러나왔다. 

 

▲ <복도에서는 홍대 전경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다.[사진=정호 기자]>

 

이곳을 둘러보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지에서부터 CJ올리브영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왔다던 20대 커플은 "SNS인 틱톡을 통해 이 장소를 알게 됐는데 실제로 와보니 구경하기 바쁘고 돌아다닐 맛이 난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20·30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포토존 등에도 신경쓴 것으로 보인다. 1층에는 구멍이 뚫린 입간판이 설치됐으며 유리창으로 구성된 건물 복도는 홍대 거리를 훤히 볼 수 있었다. 이 장소를 풍경 삼아 외국인 관광객들은 소위 말하는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 또한 심심찮았다.

 

방문객이 몰리는 장소는 단연 2층 색조화장품과 3층 기초화장품을 모아둔 공간이다. 미국에서 여행을 왔다고 소개한 20대 여성은 "한국인 친구를 따라 이곳에 들르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만약 미국에서도 이런 장소가 생긴다면 들를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색조화장품은 성장 속도가 매서운데 지난해 올리브영의 매출 가운데 전년 대비 50%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평균 뷰티 시장의 성장률인 11.4%보다 월등한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올리브영 홍대점의 한 직원은 "색조의 프리미엄 라인업이 옛날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며 "이 제품의 성장세는 이미 해외에 입점한 제품보다 구색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대점은 동네에서 벗어난 대형매장을 선택하면서 접객률 면에서도 초기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 온 30대 남성 고객은 "거리를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보고 방문하게 됐다"며 "다양한 제품 중에 마스크팩 등 기초 화장품이 잘 갖춰진 것 같다"고 밝혔다. 

 

▲ <특히 색조 화장품에 대한 성장 속도가 높다.[사진=정호 기자]>

 

올리브영은 화장품 외에도 식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치약 코너에서는 '미백' 효과를 강조한 제품들이 채워넣기 바쁘게 팔려나갔다. 마찬가지로 음료 코너를 살펴보는 고객들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한 20대 점원은 "최근 치약류 등을 구매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심리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홍대점은 올리브영의 해외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볼 수 있다. 이는 올리브영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기인한 것으로 정리된다. 

 

코로나19 이후로 방한 관광객들은 개별 형태로 여행을 오는 경우가 폭증했다. 특히 해외 'MZ 세대'가 여행 명소로 올리브영을 비롯한 가성비 매장을 방문하는 횟수가 증가하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리브영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1조7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지난해 공시 실적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매출 3조8682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8.9%, 70% 성장한 수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이 외국인들의 방문이 증가하며 매출 면에서 호조를 기록한만큼 국내서 쌓은 인지도를 활용해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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