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깃발' 꽂은 K-베이커리, 퀀텀 점프 예고
[메가경제=정호 기자] 국내 베이커리 업계가 미국 시장 성장세를 발판으로 '할랄 인증'을 통해 퀀텀 점프를 예고했다. 이슬람 문화권 인구는 세계 전체의 약 25%를 차지한다. 이 거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뜻하는 할랄 인증은 필수 수출 면허로 알려졌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 뚜레쥬르가 모두 할랄 인증을 토대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자·라면·김치 등이 할랄 인증을 받은 가운데 베이커리 전품목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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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나다에 개점한 파리바게뜨 지점.[사진=SPC그룹] |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규모와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5배에 이르는 2억7000만명이라는 소비시장과 GDP 5%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9년 연속 이슬람 경제 성장 지표 순위에서 1위 자리를 지킨 바 있다.
전체 규모로 봤을 때 할랄 시장은 연 평균 6.2% 성장세가 이어지며 2018년 2조2000억달러에서, 지난해 3조20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K-베이커리, 할랄 인증 더해 '역대급 신화' 재현 분투
이슬람 시장에 진입한 국내 식품 기업들에서 할랄 인증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중국 다음으로 라면의 소비가 활발한 국가가 인도네시아이며 한해 1000억개 상당의 물량이 팔리고 있다.
실적에서 이점이 두드러지는데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라면 돌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은 올해 각각 45%, 133% 성장한 매출 1조7300억원, 영업이익 3442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 또한 2023년까지 68%였다가 지난해 3분기 기준 77%까지 늘었다.
빙그레 또한 바나나맛 우유, 붕어싸만코 등의 할랄 인증을 토대로 성장 보폭을 넓히고 있다. 빙그레는 2023년 매출 1조3939억원, 영업이익 1123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으며 이슬람 문화권을 포함한 글로벌 성장세가 뒷받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기록 외에도 할랄 인증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절차로도 풀이된다. 현재 저출산·원재료 비용 증가·인건비 상승 등 문제가 산재한 내수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결국 잘팔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내수 시장은 축소되고 있고 해가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기 가운데 베이커리 업계가 먼저 눈을 돌린 곳은 미국이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300~400개를 웃도는 품목 수로 현지인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매장수 또한 각각 210여개·130여이며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는 결국 '할랄 인증'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반이 된 셈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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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에 위치한 뚜레쥬르 지점.[사진=CJ푸드빌] |
◆ 빵 하나에도 우유·밀가루·버터 한 두개 아닌데...할랄 인증 가능하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라는 K-베이커리 업계의 할랄 인증은 절차가 유독 복잡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판매하는 빵의 갯수가 수백개이기에 들어가는 재료도 제조공정마저 복잡하기에 할랄 인증을 통해 간소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할랄 인증을 받기 까지 준비해야 할 서류부터 시설 점검 등 그 과정이 전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심지어 베이커리 메뉴마다 들어가는 재료를 일일히 점검하는 것이 까다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할랄 인증은 재료의 도축 과정부터 섭취해서 안되는 재료들의 관리 기준이 엄격하다. 심지어 운송하는 과정 또한 깨끗이 보관해야 하기에 할랄 인증 취득이 더욱 복잡한 이유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이 문제에 대한 타개책으로 '현지 생산'을 들고 나왔다.
SPC그룹은 AMEA(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본부를 신설하며 할랄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올해 초 본격 가동 소식을 전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제빵 공장은 할랄 인증 기준에 맞춰 건립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중동·아프리카 등 이슬람 국가에 공급할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SPC그룹 관계자는 "아직 공장의 정확한 규모와 생산 품목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제품의 현지 공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 또한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 '스트림 엠파이어 홀딩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현지 가맹사업 운영권) 계약을 체결하며 이슬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1월부터 개점한 말레이시아 지점의 경우 같은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네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미 할랄 인증이 완료된 제품들이다"며 "현지에서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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