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신문 이승선 기자] '무너지고 덮치고 막히고...' 사흘째 내린 물폭탄 수준의 폭우로 토사가 공장과 펜션을 덮치는 등 중부지방 곳곳에서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속출했다. 3일에만 최소 6명이 숨지는 등 추가 사상자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3일 오후 4시30분 현재 사망 9명, 실종 13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집계된 6명에다 이날 경기도 평택 공장 토사 매몰로 숨진 3명이 추가됐다.
그러나 경기 가평 펜션 매몰사고 사망자(잠정 3명)는 아직 중대본 집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합치면 3일 하루 사망자는 최소 6명이며 사흘간 사망자는 12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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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강우가 계속된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에 비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상류에서 댐 수문을 열고 방류가 계속되면서 한강 물은 흙빛을 보이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
또 집중호우로 한강의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서울 일부 구간의 진입이 통제되는 등 하루종일 예측불허의 도로 피해도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후 6시 10분 현재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북북부에는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경기남부와 충청도에는 시간당 20~50mm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이 지역들에서는 1일 오후부터 지금까지 곳곳에 300㎜ 전후의 집중호우를 퍼붓고 있다.
3일 오전 10시 49분께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 공장의 건물 뒤편 야산이 무너지면서 공장의 가건물로 지어진 천막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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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는 3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공장에 토사가 덮쳐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출처= 연합뉴스] |
소방당국은 1시간여 만에 도착하여 낮 12시 30분께 토사에 갇혀 있던 A(31) 씨 등 4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A 씨를 비롯한 30대 근로자 3명은 끝내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1명인 50대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A 씨 등은 공장 건물 옆에 천막 등을 이용해 만들어놓은 가건물 형태의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작업장과 야산 사이에는 벽돌로 쌓인 옹벽이 산사태로 맥없이 무너지며 작업장의 벽면 천막 쪽으로 쏟아지며 무너졌다. 당시 작업장에는 모두 6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용접작업을 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등 매몰된 4명 외에 2명은 즉각 대피해 사고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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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는 3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공장에 토사가 덮쳐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출처= 연합뉴스] |
소방 관계자는 "신고 접수 이후 곧바로 소방관 30여명과 장비 20여대를 투입해 구조에 나섰지만 사고 현장에 토사가 수 미터 높이로 쌓여 중장비 없이는 진입이 불가능해 구조작업에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평택에는 이날 반나절에만 131.5㎜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누적 강수량은 395㎜에 임박한다.
경기 가평지역에서는 펜션이 토사에 매몰되고, 급류에 사람이 떠내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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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산사태가 발생한 가평 산유리의 매몰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7분께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에서 토사가 무너져 펜션을 덮쳤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펜션에 있던 일부 사람들은 무사히 대피했으나, 여성 2명과 어린이 1명이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돼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가평 펜션 매몰 현장에서 모녀와 3살 손자 등 시신 3구를 수습했다. 이들 3명은 당초 펜션 주인 등으로 알려졌으나 모두 투숙객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대원들은 현장 도로가 유실되고 굴착기 진입이 어려워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3일 서울시내 도로 곳곳에서 차량 통제가 이뤄졌고, 오후들어 하천 수위가 낮아진 일부 구간에서는 통제가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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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간선도로 전면통제 여파, 출근길 교통정체.[출처= 연합뉴스] |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팔당댐 방류에 따라 이날 오후 1시 10분께부터 올림픽대로 한강철교에서 당산철교 구간 양 방면이 전면 통제됐다.
이후 한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오후 5시 32분께 차량 진입 통제가 해제됐다.
동부간선도로도 통제됐다가 오후에야 풀렸다.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앞서 중랑천의 수위가 상승함에 따라 이날 오전 5시께부터 동부간선도로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동부간선도로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에서 동부간선도로 점검을 완료했다"며 "수위가 낮아져 서울시와 협의 끝에 해당 구간 통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4시부터 서울 동부간선도로 통행이 재개됐다.
경찰은 오후 2시 30분께 현충원(김포 방면), 염창IC(종합운동장 방면) 등 2개 진입로의 출입 통제를 일시 해제했으나, 수위가 또다시 높아지자 오후 3시 15분께부터 통행을 차단했다.
하지만 전날 오후부터 통제에 들어간 잠수교 양방향은 여전히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하천과 계곡의 물이 많이 불어나 있고, 지반도 매우 약해진 상태이다” 며, “매우 많은 비와 강한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와 축대붕괴, 농경지·지하차도·저지대 침수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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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지방 강수 집중, 좁은 지역에 매우 강한 비 지속, 태풍 ‘하구핏(HAGUPIT)’에 의해 더 많은 열과 수증기 유입된다.[출처= 기상청] |
긴 장마에 의한 집중호우에다 제4호 태풍 '하구핏(HAGUPIT)'까지 올라오고 있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기상청은 “오는 5일까지 중부지방과 북한지역을 오르내리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상된다”며 “중국 남동해안의 상해남쪽을 향해 이동 중인 제4호 태풍 ‘하구핏’에 동반된 매우 많은 양의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추가 유입되면서 앞으로 내리는 비의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이에 “재난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고, 위험지역에서는 사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바란다“ 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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