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제프티' 긴급 대응 가능성 제시…의료계 "추가 연구 필요"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남대서양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발생한 데 이어 미국 콜로라도주와 대만 신베이시 등에서도 확진 소식이 잇따르면서 한타바이러스 예방 및 치료제 확보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민·관·학이 안데스형 한타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실제 임상 근거와 사업성 측면에서 신중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mRNA 플랫폼 기반 차세대 백신 개발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현재 국내 백신의 예방 범위와 항바이러스제 효능 검증에는 한계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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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민·관·학이 힘을 모아 안데스형 한타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챗GPT] |
22일 의료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민·관·학이 힘을 모아 한타바이러스 백신·치료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이하 센터)가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 과제’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됐으며, 메디치바이오·아이진과 함께 ‘차세대 mRNA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추진한다.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 과제’는 향후 발생할 팬데믹에 대비해 발생 최대 200일 이내에 백신 시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국가 전략 사업 중 하나로, 2년간 30억원의 연구비 지원이 이뤄진다.
국내 기술 기반인 ▲sa-mRNA(자가증폭 메신저 리보핵산) ▲차세대 고효율 LNP(지질나노입자) 기술을 활용해 해외 특허 침해 우려가 없는 mRNA 백신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향후 신종 감염병 대유행 시 국내에서 독자적이고 신속하게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센터는 지난 2년간 모더나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mRNA 한타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의 감염 예방 효과를 집중 연구해오면서 도출한 비임상 실험 결과 등 연구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메디치바이오·아이진과 협력에 나선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가 기존 연구와 현재 진행 중인 임상 안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긴급 감염병 대응 후보로 검토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제프티의 주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는 기존 학술 연구를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와 한타바이러스 관련 항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보고된 바 있는 만큼, 현재 확산 중인 한타바이러스 등 고위험 감염질환에 대한 긴급 대응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대바이오는 국내 제조 규정에 따라 생산 및 보관 중인 임상약을 보유하고 있는 바, 이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나 감염 발생 국가의 긴급 지원 요청 시, 추가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 없이 방역 현장에 약물을 공급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춘 상태임을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제 한타바이러스 대상 효능 검증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치명률 최대 35%…백신·치료제 모두 ‘공백’
이처럼 민·관·학이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 및 치료제 대안을 준비하는 이유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한타바이러스의 위험성 대비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백신·치료제가 모두 없기 때문이다. 백신의 경우 GC녹십자의 ‘한타박스주’가 있지만, 한탄바이러스 또는 서울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신증후군출혈열의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 이번에 주목받고 있는 안데스바이러스에 의한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은 예방할 수 없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해외 크루즈선 등에서 보고된 질환은 한타바이러스 일종인 안데스 바이러스(Andes virus)에 의한 한타바이러스 심폐증후군으로, 주로 남미(아르헨티나, 칠레) 지역에서 발생하며, 설치류 또는 환자(감염자)와의 밀접한 접촉으로 감염이 이뤄지는 질환이다.
감염 초기 발열, 근육통, 두통, 오한 등 감기 유사 증상으로 시작해 급격한 호흡곤란, 폐부종, 심장 기능 저하로 진행된다. 치명률은 20~35% 수준으로 높으며, 현재 승인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은 없어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실제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한타바이러스 백신은 과거 개발된 불활화 백신 계열로, 국내 유행 한타바이러스에 대한 개량 필요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안데스형 대응 기대만을 앞세우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제기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범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의 광범위 항바이러스 가능성은 제기돼 왔지만, 실제 안데스형 한타바이러스 대상 효능 데이터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학병원 한 감염내과 교수는 “같은 한타바이러스군에 속하더라도 실제로는 안데스 바이러스와 기존 백신이 예방 대상으로 하는 바이러스는 상당히 성격이 다르다”며 “기존 백신이 안데스형까지 예방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한타바이러스 유형에 대해서도 백신 업데이트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여러 바이러스에 효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 한타바이러스 대상 효능 검증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까지 특정 감염병 치료제로 정식 허가받은 사례가 없는 만큼 기대감을 과도하게 키우긴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 mRNA 플랫폼 기대감…정부 지원 체계 필요
의료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mRNA 플랫폼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안데스형 한타바이러스는 특정 지역 중심 감염병이라는 특성상 대규모 백신 수요나 상업적 시장 규모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신종 감염병 특성상 시장성과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대학병원 한 감염내과 교수는 “mRNA 백신은 유전정보만 확보되면 비교적 빠른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며 “한타바이러스 계열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향후 안데스형 등 유사 바이러스 대응에도 응용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내 발생 바이러스 대응 연구조차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안데스형 대응 기대만으로 특정 기업 수혜 기대감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전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반적으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위기감이 다소 낮아진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감염성 질환(Disease X)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 연구개발 체계와 신속 승인·대응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신종 바이러스의 경우 팬데믹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단기간 내 소멸될 가능성도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백신·치료제 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데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함께, 개발 이후 정부 차원의 구매 확약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 체계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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