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상장 철회’ 4조 몸값 1조로 하락…“이커머스 1호 미련 없다”

김형규 / 기사승인 : 2023-01-05 17: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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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 시점에 상장 재추진할 것”...낮아진 몸값에 FI 동의 못 얻어

오랜 기간 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컬리가 상장을 철회하며 IPO(기업공개) 시장에 연초부터 냉기가 돌고 있다.

이커머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기업 컬리는 지난 4일 한국거래소(코스피)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때 4조 원 가치로 평가받았던 몸값이 크게 떨어진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 김슬아 컬리 대표 [컬리 제공]

 

컬리는 이날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28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추진해왔다. 같은 해 8월 22일에 예심을 통과해 올해 증시 입성 여부에 관심이 쏠렸었다.

예심 효력은 6개월로 내달 22일까지 유지된다. 컬리는 예심 유효 기한을 한 달여 남긴 채 상장을 포기한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컬리의 상장 철회에 기업 몸값이 하락한 데 따른 재무적투자자(FI)의 거부권 행사가 주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FI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지난 2021년 12월 2500억 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에 참여했으며 기업가치를 4조 원으로 평가했다. 앵커PE는 투자 당시 조건으로 컬리에게 6조 원가량의 몸값으로 상장하길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심지어 당시 시장에서는 컬리에 대해 비상장 시 4조 원 몸값이면 상장 후 그 가치가 7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거치며 국제적 고금리 여파로 자금 유동성이 위축되자 기업가치가 1조 1000억 원대까지 하락했다.

보통 프리 IPO에 참여한 FI는 투자 당시 주당 가격보다 IPO 때 공모가가 높아지길 원한다. 앵커PE 입장에선 컬리가 4분의 1로 축소된 현시점 몸값으로 상장하는 건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컬리와 FI는 시장이 안정되고 다시 기업가치가 재평가받을 시점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쏘카의 경우 예상되던 기업가치보다 훨씬 낮춰 상장했음에도 현재 그보다 더 많이 빠진 상황”이라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컬리는 현재 자사 성장률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금력이 충분해 계획 중인 신사업을 진행하기에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슬아 컬리 대표 역시 이에 대해 “흑자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낼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컬리 관계자는 “어차피 우리가 지금 버틸 여력은 충분하니까 차라리 지금 시기에 무리해서 상장하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증시) 분위기가 좋아지면은 그때 다시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기준으로 컬리가 확보한 현금‧현금성 자산은 1483억 원 규모다. 결손금 규모는 1조 8425억 원으로 지난 2020년 대비 3배 이상 확대됐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384억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간 적자 폭이 커져 지난 2021년까지 누적 적자는 5000억 원에 달했다. 동기간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률은 -12.2%에서 -13%까지 떨어졌다.

샛별배송(새벽배송) 전국 확대와 최근 화장품 전문 이커머스 ‘뷰티컬리’ 론칭에 따른 비용 부담도 적자의 원인으로 꼽혔다.
 

▲ 컬리의 화장품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 '뷰티컬리' [컬리 제공]

 

컬리의 상장 철회는 쓱(SSG)닷컴‧11번가 등 IPO를 준비 중인 이커머스 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온‧오프라인 매장과 새벽배송을 모두 운영 중인 오아시스는 예정대로 상장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새해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의 주인공으로 점쳐지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상장은 빨리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라며 “굳이 ‘이커머스 1호’에 대한 미련은 없는 상황이고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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