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공감·소통 강화 “몸 낮춰”...11월 출시 ‘승부수’
최근 창사 이래 최악의 시기를 지나며 고립무원에 빠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리니지W’의 수익모델(BM)까지 과감하게 손대면서 떠나간 ‘린저씨’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오는 11월 리니지W의 조기 등판을 앞두고 한 달 새 두 차례에 걸쳐 쇼케이스를 열어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벼랑 끝 초강수를 두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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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CCO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
엔씨는 30일 열린 신작 MMORPG '리니지W'의 2차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기존 리니지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던 과금 구조를 갈아치우기로 했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올해 들어 ‘리니지M 문양 시스템 사태’부터 최근 야심작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의 부진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과도한 과금 유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엔씨의 BM을 향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린저씨’로 불리는 리니지 IP 마니아들이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를 겨냥해 초심을 잃었다는 비난과 함께 혐오의 감정까지 쏟아내며 일제히 불만을 터트렸다. 엔씨의 수익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니지 IP에 대한 이용자들의 충성심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날 이성구 리니지W 그룹장은 “초창기 리니지의 느낌 그대로, 과금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용자들에게 동일한 성장과 득템(아이템 획득)의 재미를 돌려주고자 한다”며 “서비스 종료 시점까지 아인하사드의 축복과 유사한 시스템 또는 이에 준하는 어떤 콘텐츠도 내놓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인하사드 시스템이 사라지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을 여러 문제점들, 특히 작업장의 무분별한 아이템 파밍과 같은 부분들도 내부 시스템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은 리니지 게임에서 대표적인 BM으로, 경험치, 아이템 등 재화의 획득 확률을 높여준다. 블소2는 출시 후 당초 약속과 달리 이 시스템과 사실상 이름만 다른 ‘영기’를 도입해 이용자들을 눈속임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이틀 만에 개선되기도 했다.
이날 엔씨는 ‘리니지M’과 ‘리니지2M’에서도 이 시스템 관련 유료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보상 정책도 마련해 ‘드래곤의 용옥’, ‘아인하사드의 가호’ 상품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전액 환불 조치를 내리는 등 BM을 전면 개편했다.
▲ 리니지W 쇼케이스 'Answer' 영상 캡처 |
엔씨가 이용자들의 혹평에도 꿋꿋하게 고수했던 BM마저 포기한 채 파격적인 대응책을 내놓은 이면에는 변화하는 게임 환경에서 기존 성공 방정식만으로 버티기가 힘들다는 위기감이 조직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로 등장하면서 이른바 ‘3N’으로 불리는 넥슨, 엔씨,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익숙한 과금 구조에 기대어 안주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는 비판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한국게임학회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게임에 대한 게임 이용자의 불신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용자를 버린 산업, 이용자의 지탄을 받는 산업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엔씨를 ‘확률형 아이템 최대 수혜자이자 논란의 당사자’라고 지목하며 김택진 대표가 내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올 초 문양 사태에 대한 고객 대응 과정에서 촉발된 불씨가 ‘엔씨 혐오’ 여론으로 옮겨붙어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지면서 린저씨들의 분노가 기업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기류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면 전환 카드로 기대됐던 블소2마저 참패를 면치 못하자 올해 증시에서 100만 원을 돌파했던 엔씨 주가는 고점 대비 40% 넘게 하락해 50만 원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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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니지W 2차 온라인 쇼케이스 [엔씨소프트 제공] |
이에 김 대표는 지난 17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엔씨의 문제를 정확히 짚고 대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11월 4일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러시아, 동남아, 중동 등 총 13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리니지W의 흥행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김 대표가 앞선 1차 쇼케이스에서 밝힌 ‘24년 동안 쌓인 리니지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마지막 작품’이라는 설명에 절박함이 묻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성구 그룹장은 2차 쇼케이스를 통해 “24년간 축적된 모든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위에 존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그때 그 시절 ‘근본의 리니지’가 줬던 즐거움에 대한 기억”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 그룹장은 이날 행사에서 시종일관 이용자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강조하며 자세를 낮췄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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