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박제성 기자]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SK하이닉스의 이름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라는 결정적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SK하이닉스의 지난 20여 년은, 위기와 실패를 자양분 삼아 기술 리더십으로 도약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축약판에 가깝다. 이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 기록물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됐다.
26일 SK에 따르면 『슈퍼 모멘텀(Super Momentum)』은 SK하이닉스가 HBM을 통해 AI 시대의 ‘원 앤 온리(One and Only)’ 메모리 기업으로 도약하기까지의 과정을 기술·경영·조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풀어낸 경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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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K]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략적 결단과 현장 엔지니어들의 집념, 그리고 수차례 실패를 거쳐 완성된 기술 진화의 서사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사의 한 페이지를 복원한다.
책은 SK하이닉스가 2025년 달성한 상징적인 성과에서 출발한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고, 반도체 매출 기준으로 인텔을 제치며 세계 3위에 진입했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44조원에 달하고, 시가총액은 500조원을 돌파했다. AI 수요 확산의 중심에서 HBM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결과다. 이 같은 성과는 단기 호황이 아닌, 20년에 걸친 기술 축적과 전략적 베팅의 결과라는 점이 책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슈퍼 모멘텀은 HBM 개발의 출발점이 된 TSV(실리콘 관통 전극) 선행 연구부터 차세대 HBM4에 이르기까지 기술 진화의 전 과정을 시기별로 정리한다.
2006년 맨땅에서 시작된 TSV 연구, 2008년 AMD와 맺은 이른바 ‘언더독 동맹’, 내부에서 ‘HBM0’로 불리던 첫 시제품, 실패의 상징으로 남았던 HBM2를 전면 수정해 AI 시대의 표준으로 만든 HBM2E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개발의 뒷이야기가 상세히 담겼다.
특히 책은 기술 성공의 이면에 자리한 조직과 리더십의 변화를 주목한다. 채권단 관리, 만성 적자, 구조조정 위기를 거치며 형성된 ‘독함 DNA’는 하이닉스만의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실패의 책임을 묻기보다 문제 해결을 우선하는 원팀 문화, 기술 중심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 개발·제조 단계에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와 ‘스텝 퀄(Step Qualification)’ 방식은 AI 시대 속도전에 대응한 핵심 경쟁력으로 소개된다.
책의 또 다른 축은 최태원 회장의 전략적 선택이다.
하이닉스 인수 이후 최 회장은 서버용 D램과 HBM이라는 비주류 영역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AI 시대를 정확히 예견했다기보다는, 고대역폭이라는 방향성에 베팅했고 그 선택이 결정적 타이밍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우리는 길목에 서 있었다”고 표현하며, 준비된 기술과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후반부에서는 하이닉스의 현재와 미래가 조망된다. HBM을 통해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었던 메모리 산업에서 ‘원 앤 온리’ 솔루션으로 위상이 전환되며, 가격 협상력과 생태계 주도권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분석한다.
엔비디아, TSMC와 구축한 이른바 ‘삼각 동맹’은 HBM4 세대를 향한 초격차 전략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이는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 초기 설계 단계부터 3사가 참여하는 생태계 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책은 HBM을 넘어선 ‘비욘드 메모리’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SK하이닉스를 축으로 SK그룹이 추진하는 AI 인프라,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AI 풀스택’ 전략은 향후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를 가늠하게 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의 코멘터리를 통해 AI 고도화 과정에서 메모리의 역할 변화와 산업 구조 재편 가능성도 짚는다.
슈퍼 모멘텀은 기업 성공담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때 문을 닫을 뻔했던 언더독 기업이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기까지, 기술에 대한 집념과 장기적 관점의 의사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AI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 책은 SK하이닉스의 사례를 통해 한국 기업이 기술 전환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를 묻는 기록이자 참고서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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