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전동화 시대 스포츠카, 속도 대신 '정체성'으로 경쟁

정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6 16:22:02

[메가경제=정호 기자]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되며 스포츠카 브랜드의 전략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성능 경쟁이 한계에 이르면서, 전동화 이후 스포츠카의 차별화 기준이 ‘최고 속도’에서 ‘브랜드 정체성’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26일 로터스에 따르면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성능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스포츠카의 전통적 가치였던 배기음, 진동, 기계적 직결감은 더 이상 필수 요소가 아니다. 업계는 전동화가 스포츠카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는 동시에, 각 브랜드 고유 철학을 명확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 <사진=로터스자동차코리아>

 

로터스는 경량화 철학을 전동화 시대에도 유지했다. 하이퍼 전기 스포츠카 ‘에바이야(Evija)’는 최고출력 2,000마력 이상을 확보하면서도 탄소섬유 모노코크와 차체 전반에 경량 소재를 적용했다. 91kWh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공차중량 1,894kg을 달성했다. 로터스는 전동화 환경에서도 경량화가 주행 반응성과 조종 정밀도를 좌우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에바이야는 130대 한정 생산된다.

 

페라리는 순수 전기 스포츠카 대신 하이브리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라페라리’를 시작으로 SF90 스트라달레, SF90 XX 스트라달레까지 전동화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페라리는 포뮬러1에서 축적한 전동화 기술을 양산차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고유의 주행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 모델 ‘일레트리카’ 출시도 예고한 상태다.

 

람보르기니는 전동화를 ‘변화’보다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하이브리드 슈퍼카 ‘레부엘토’는 V12 엔진을 유지한 채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전기모터는 효율보다 가속 반응과 체감 성능을 증폭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동시에 순수 전기 콘셉트카 ‘란자도르’를 통해 전동화 전환을 예고했다. 업계는 람보르기니가 전동화에서도 과격한 성능 이미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세라티는 그란투리스모(GT) 성격을 전동화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 전동화 라인업에 ‘폴고레(Folgore)’ 명칭을 적용했다. 정숙성과 즉각적인 토크, 장거리 주행의 여유를 강조한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내연기관을 모방하지 않고 전기모터 고유의 고주파음을 조율해 새로운 주행 감성을 구현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이후 스포츠카 경쟁은 출력 수치보다 브랜드가 어떤 감각과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전기차 전환이 스포츠카의 개성을 희석시키기보다 오히려 정체성을 선명하게 만드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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