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이사회 구성 표 대결 예상...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에 촉각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한 때 피보다 진한 동업 관계를 이어오던 장 씨와 최 씨 가문이 고려아연을 두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지분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취임과 함께 3세 경영의 막이 오르자 두 가문의 조용한 동거도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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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6일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지난달 최 씨 가문 회사인 유미개발을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605억 원 규모의 고려아연 지분 0.51%를 추가로 사들였다.
또 해주최씨준극경수기호종중을 통해 세 차례에 걸쳐 201억 원 규모의 고려아연 지분 0.17%를 추가 매입했다.
유미개발은 고려아연 주식 15만 4062주를 담보로 100% 차입금으로 매입 자금을 조달했고, 종중 측도 4만 2518주를 담보로 175억 원을 빌려 주식을 샀다.
이에 장 씨 가문 측에서는 장형진 영풍 고문 개인회사인 에이치씨를 통해 40억 원 규모의 고려아연 주식을 확보했다.
두 가문의 지분 매입 경쟁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장 씨 가문의 (주)영풍(26.11%)이며, 오너 2세인 장형진 영풍 고문은 개인 최대주주(3.36%)다.
이외에도 장 고문의 아내 김혜경 씨(0.58%), 영풍정밀(1.91%), 코리아서키트(0.52%), 테라닉스(0.36%) 등 장 씨 가문 측 지분은 32%가량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 씨 가문 측이 지난해 재계에서 손을 내밀어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추가 주식 매수에도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장 씨 가문 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 한화임팩트의 미국 투자 계열사인 한화H2에너지USA를 통해 47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 회장의 우군으로 고려아연 지분 5%를 확보했다.
또 고려아연은 같은 해 11월 LG화학(2576억 원·1.97%), (주)한화(1568억 원·1.2%)와 자사주를 맞교환하고, 트라피규라·한국투자증권 등(3723억 원)과 자사주 거래를 하는 등 외부에서 총 7868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최 회장의 지배력이 큰 영풍정밀을 통해 고려아연 주식을 추가 매수하면서 확보하면서 양측의 지분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최 씨 가문이 지분 경쟁에서 4% 안팎으로 장 씨 가문 측을 뒤쫓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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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제공] |
이와 함께 오는 17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창걸·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의 퇴직금이 크게 늘면서 지분 매입 경쟁에 최 씨 가문 측 실탄으로 쓰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의 이사회 장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번 주총을 통해 5명의 이사가 교체될 예정이다.
사내이사 후보 중 고려아연 박기덕 사장과 박기원 온산제련소장, 기타비상무 이사로 내정된 최내현 알란텀 대표는 최 회장 측 인사로 꼽힌다.
이들이 입성에 성공하면 최 회장 측에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표 대결이 벌어진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8.75%를 들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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