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성과 무관 일정비율 수수료 부과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이 가입자에게 받아가는 퇴직연금 수수료가 약 1조7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을 밑돌 정도로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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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가입자한테서 떼가는 퇴직연금 수수료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
1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의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기업 혹은 개인)가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사에 낸 총수수료는 지난해 1조6840억5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수료 규모는 2020년 1조772억6400만 원으로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2021년 1조2327억 원, 2022년 1조3231억6100만 원, 2023년 1조4211억8600만 원으로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수수료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해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행 수수료 체계는 금융사들이 운용 성과와 상관없이 적립금에 차등 요율이나 단일 요율 등 일정 비율로 부과해서 가입자한테서 떼어가는 방식이다. 적립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수료도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05년 12월 제도 시행 1년 후인 2006년 1조원에 못 미쳤지만, 10년 뒤인 2016년 147조원으로 커졌다. 이후 2018년 190조원, 2020년 256조원, 2022년 336조원, 2023년 382조4000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2024년에는 약 432조원으로 400조원을 훌쩍 넘었고, 2032년에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입자들은 이렇게 막대한 수수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퇴직연금 운용실적을 보여주는 수익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말 기준으로 10년간 퇴직연금 연 환산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5년으로 기간을 줄여도 연 환산 수익률은 2.35%로, 2023년 물가 상승률인 3.6%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공적 연금들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5% 안팎의 연평균 수익률 성과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3∼4%포인트나 낮은 실적이다.
한편 퇴직연금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사업장의 사용자는 일정 금액(급여의 8.33%)을 보험료로 떼어 외부 금융기관(퇴직연금 사업자)에 맡겨야 한다. 금융사는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낸 뒤 가입자(기업 혹은 근로자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퇴직연금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펀드 소개에 따른 비용 등 각종 명목으로 수수료를 부과한다.
운용관리 수수료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방법에 대한 컨설팅 및 설계, 적립금 운용 현황에 대한 기록관리, 가입자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데 대한 대가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적립금의 보관·관리, 운용지시 이행, 연금을 포함한 급여 지급 등의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말한다.
펀드 총비용은 펀드 같은 실적배당상품과 관련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받아 가는 각종 보수(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보수)와 수수료(선취·후취·매매 중개 수수료)를 뜻한다.
특히 펀드 총비용은 운용수익이 나든 나지 않든 상관없이 가입자(근로자 개인)의 투자 금액(원금+손익)에서 원천적으로 징수해가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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