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잘 나가던 핵심 부동산 임대사업 정리 속사정

문혜원 / 기사승인 : 2024-09-20 10: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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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있던 한화빌딩 리츠에 8080억 매각
매각에 따른 임차종료…총 150억원대 건물가치
신종자본 800억원 한화투자증권 채권 매도 결정
리츠시장 활성화 전망…"하반기 자본확충 기대"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한화생명이 최근 보유했던 부동산 임대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화생명이 같은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리츠(한화위탁관리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으로 부동산 자산 정리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낼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한화그룹의 보험계열사 맏형격인 한화생명이 최근 보유했던 부동산 임대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어 그 배경에 새삼 관심을 모은다. [사진=메가경제 편집]

 

19일 관련업계 및 메가경제 취재결과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한화솔루션과의 부동산임대차 관계를 종료한다. 임대기간은 지난 5월 1일부터 8월 27일까지였다. 이유는 건물 매각에 따른 임대차 계약 종료다. 금액은 보증금 50억6700만원, 연간임대료는 99억2100만원으로 총 149억8800만원이다. 이 같은 내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월 26일 공시됐으며, 이사회 결의는 지난 2월 23일 이뤄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소유 건물이 한화리츠에 매각됨에 따라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며 "한화솔루션 전신인 한화케미칼로 보면, 한화생명이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장교동 한화빌딩을 매입한 2011년 11월부터 임대업을 시작했고, 매년 계약 기간은 5월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가 장교동 한화빌딩을 인수한 후 적절한 매각 시기를 지속 검토해오고 있었다"면서 "최근 부동산 가치상승 흐름 등에 따라 이번 분기가 적기라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화생명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한화리츠에 매각하는 거래를 지난 8월 28일 마쳤다. 빌딩 매매가격은 약 8000억 원으로 결정됐다. 한화리츠에 한화빌딩을 넘긴다는 내용은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한화리츠는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과 한화생명보험 4개 사옥(노원,평촌,중동,구리)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장교동 한화빌딩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도보 2분 거리 청계천 변에 위치한다. 연면적 약 2만5000평으로 한화그룹이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고 임대율은 100%에 달한다. 평(3.3㎡)당 매각 가격은 3590만원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이밖에도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6000억원 중 800억원을 계열회사인 한화투자증권에게 인수했다. 채권매도에 대한 수익률은 480%이며, 자본금대비는 13.82%다. 거래목적은 자금조달에 의한 것이며, 이 같은 내용은 지난 8월 23일 이사회를 통해 결의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임대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는 것과 신종자본발행 금액을 잇달아 계열사에 넘기는 모습을 두고 하반기 현금성 확보차원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그동안 투자부동산에서 올린 임대수익이 상당했다. 한화생명의 임대수익은 2018년 고점을 찍었다. 한화생명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누적 집계금액은 1260억800만 원이었다. 

 

투자부동산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 등을 얻기 위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다. 

 

취득시 발생한 거래원가를 포함해 최초 인식시점 원가로 측정하며, 감가상각누계액과 손상차손누계액을 차감한 금액을 장부가액으로 표시한다.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들은 몇년전부터 사옥을 매각해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를 통해 유동화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를 통해 현금 흐름이 양호해지는 건 물론 부가수익도 얻을 수 있어서다.

 

다만, 한화생명은 최근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해당 자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1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손실이 커지는 추세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3.8%나 급감했다. 1월부터 6월 사이 당기순이익이 3478억원으로  보험부문에서 2746억원, 투자부문에서 1597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준 올 2분기(4~6월)만 따로 보면 172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8% 줄었다. 별도 순이익에 자회사 실적을 합친 연결기준으로는 6673억원으로 전년동기에 견줘 17.5%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특히 투자부문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 2023년 3분기 약 2500억원 규모가 급감했다. 유가증권 부문에서 400억원, 대체투자 부문에서 600억원, 해외 부동산 투자 부문에서 400억원의 손실을 선반영했다. 이어 4분기에도 대체투자 부문 평가손실 350억원이 발생했다.

 

투자손실은 자연히 자기자본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4년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9조8000억원으로 2023년 말보다 1조6000억원(14.2%) 줄었다. 

 

이러한 손익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배당이익 감소 우려를 나오게 했다. K-ICS지표는 180%를 하회했으며,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모(올 상반기 별도기준 1조4297억원)가 순이익을 압도하는 현상이 지속했다. 

 

한화생명은 앞서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사옥 매각 발생 손익관련 설명을 한 바 있다. 백지민 한화생명 지원관리팀장은 "부동산 매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익은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배당가능이익 증가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대금은 하반기에 편입될 예정이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금융당국에서 해약환급금 준비금 축소 규모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9~10월 중 결론이 나면 추가 배당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생명은 아울러 "하반기 지급여력비율(K-ICS) 관리 등 자본관리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나 발표 일정 등에 대한 것은 구체적으로 정한 바는 없으나, 상세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및 투자금융(IB)업계에선 한동안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주춤했던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가 다시 활성화 된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한화생명이 하반기 부족한 실적을 메꾸고 신 자금 및 배당확보에도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츠’는 무용빌딩(오피스) 시장 투자라고도 일컫는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공급이 부족한 서울 오피스시장에서는 대기업 리츠가 그룹 자산을 매입하는 등의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면서 "한화생명의 경우 부동산 보유 자금을 조달하면서 배당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리츠는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을 사들이기 위해 유상증자를 구상하고 있다. 8월 1일 매도인인 한화생명보험과 매매 계약을 체결해 같은 달 28일 소유권을 취득할 예정이다. 매매금액은 8080억원이다. 

 

매매대금 마련을 위해 우선 45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다. 나머지는 담보대출로 조달한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리츠는 자산규모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올라 국내 5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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