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월호 구조 실패' 김석균 등 전 해경 지휘부에 무죄 선고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5 22:56:36
"탈출 시도하라고 방송했다"는 선장 거짓말로 상황 오판
"당시 상황에서 결정 쉽지 않았을 것"…책임 방기 인정 안해
"관리 책임 질책할 수 있지만 형사적 책임 묻긴 어려워"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과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과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등 전·현직 관계자 9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 유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청장 등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대처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재판부는 "대형 인명사고에 대비해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질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사건 보고 과정에서 허위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 등의 혐의에 대해 "참사 당시 피고인들은 침몰이 임박해 선장을 통해 즉시 퇴선 조치를 해야 할 상황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 유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가 해경 지휘부에 무죄를 선고한 데는, 참사 당시 선장과 승무원들이 현장 상황을 해경에 거짓으로 전달하고 교신에 불응한 사실이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재판부는 "당시 세월호와 직접 교신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파악한 것 이상으로는 상황을 알 수 없었던 피고인들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았고,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김 청장 등이 사고 발생 초기 세월호와 교신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으며, 구조 인원이 세월호 인근에 도착한 뒤에도 책임을 방기해 승객들 사망과 상해 결과를 야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만 여러 차례 했을 뿐 사고 상황이나 대피 방법·탈출 지시 등은 없이 퇴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기록에 따르면 선장은 당시 객실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하고 비상 갑판에 집결시키는 등 퇴선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과 직접 교신해 퇴선 준비 등을 지시했더라도 이들은 그 지시를 묵살하거나 탈출 방송을 했다는 대답만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 등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이 숨지고 142명이 다치게 한 혐의로 작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당시 해양경찰 수뇌부가 세월호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 유도와 선체 진입 등으로 인명을 구조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구형하는 등 관계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 등은 사고에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면서도 법리적으로 죄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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