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매일홀딩스 “우리 분유 써달라”...산부인과·산후조리원에 리베이트 ‘덜미’

이석호 / 기사승인 : 2021-11-11 23: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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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로 돈 빌려주거나 의료기기·전자제품·가구 등 공짜 지원
남양유업 1억 4400만 원, 매일홀딩스 1000만 원 과징금 물어

남양유업과 매일홀딩스가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자사 분유를 이용해 달라며 저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물품을 공짜로 제공하는 등 불법 리베이트를 건넨 사실이 적발됐다.
 

▲ 각사 CI



공정거래위원회는 리베이트 제공으로 고객을 부당하게 유인해 공정거래법을 어긴 남양유업과 매일홀딩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 4400만 원, 1000만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산부인과 병원 21곳과 산후조리원 4곳 등 25곳에 2.5∼3.0%의 연 이자율로 총 143억 6000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산부인과 4곳과 산후조리원 2곳에는 신규 계약을 맺어 총 16억 6000만 원을 빌려주고, 산부인과 17곳과 산후조리원 2곳은 기존에 빌려준 대여금 127억 원의 계약기간을 연장하면서 기존 이자율(4.2∼5.9%)보다 낮은 수준을 적용했다.

이때 남양유업이 산부인과·산후조리원과 맺은 대여금 계약 이자율은 당시 연도별 은행 평균 대출금리(운전자금대출)보다 0.50∼1.01%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즉, 은행 금리보다 싼 이자율로 돈을 빌려줘 산부인과·산후조리원에 경제적 이익을 안겨준 것이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홀딩스(옛 매일유업)도 산부인과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물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매일홀딩스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산부인과 병원 16곳과 산후조리원 1곳에 의료기기·전자제품·가구 등 물품을 공짜로 건네거나, 인테리어·광고 등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총 1억 5903만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공정위는 “2개 분유 제조사가 자사 분유의 이용 유인을 목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은 가격, 품질 등의 정상적인 경쟁수단이 아니며, 자신의 제품 설명 및 홍보 등 판촉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업체가 과거에도 이 같은 행위로 시정조치를 받은 적이 있는 점을 고려해 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법을 어겨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상당한 자금력을 동원해 장기간 저리로 돈을 빌려주거나 분유 매출액의 약 20~30%에 달하는 비용을 산부인과·산후조리원에 제공하는 것은 통상적인 판촉활동 수준을 넘는 과도한 이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산모가 퇴원 후에도 산부인과·산후조리원에서 제공받은 분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그 영향이 산모(신생아)의 분유 선택에도 미치게 되므로 분유 이용 고객의 유인가능성이 인정된다”고도 지적했다.

공정위가 남양유업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챙긴 산부인과·산후조리원을 조사한 결과, 총 25곳 가운데 22곳이 남양유업 분유만을 단독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홀딩스의 경우에도 조사에 응답한 산부인과 12곳 중 10곳이 매일홀딩스의 분유만을 단독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리베이트 제공과 같은 비정상적인 경쟁수단이 근절되고, 가격, 품질, 서비스 등 ‘장점에 의한 경쟁’을 유도해 분유 업계의 공정한 경쟁질서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며 “소비자(산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호에 따라 자유롭게 분유를 선택·수유할 수 있는 등 제품 선택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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