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벗어난 경제 정책들

이동구 / 기사승인 : 2019-06-01 12: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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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은 큰 일을 이루려면 빈틈없이 살펴보고 또 점검하라는 경구일 것이다. 국가의 정책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일자리, 인구 정책 등 대부분의 정부 정책엔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만약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면 정책을 재점검하고, 수정 또는 보완하는 게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이런 상식선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일까. 불행히도 전혀 상식적이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2년을 넘기고서도 각종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는 주요 정책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소득이 높아진 국민들의 소비력도 자연히 높아져 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 취지이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정반대의 결과만 나타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최근(5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소득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소득하위 10% 가계의 월평균 소득(명목소득)은 80만3408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1분기의 95만8571원에 비해 약 16.2%나 감소했다. 특히 소득 하위 10% 가계의 근로소득은 2017년 1분기 24만7012원에서 2018년 1분기에는 15만9034원, 올해 1분기에는 14만6928원으로 2년간 무려 40.5%나 줄어들었다.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저소득층의 삶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면서 최하위 소득계층의 가계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소득하위 10% 범위 가계의 사업소득(자영업자 등이 벌어들이는 소득) 또한 지난 2년간 9만1299원에서 7만4770원으로 18.1% 감소했다.


한마디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추진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당초 기대와 달리 큰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학계뿐 아니라 야당 등 정치권, 언론 등에서 마르고 닳도록 지적해왔던 문제점들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인상폭을 줄이든지, 속도를 조절하든지, 방향을 바꾸든지 정책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게 상식적인 정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착수 시점을 전후해서야 청와대, 정부, 여당 등에서 최저임금 속도 조절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마저 말뿐이고 현실 속에선 과거의 기조가 여전히 진행형이다. 결국 국민들, 그것도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연장 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비상식적인 정책은 국가부채를 늘리겠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는 데 국제기구는 60% 정도를 권고하고 있다”며 나랏빚을 더 늘려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랏빚을 더 내서라도 무상 지원 등 선심성 정책을 늘려 나가겠다는 뜻이다.


가계나 기업이나 국가의 살림살이에서는 가능한 한 빚을 줄여나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가 앞장서서 나랏빚을 늘리자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재정중독증에 빠진 정부’라는 비판이 무색하지 않다. 재정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우리의 나랏빚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빚을 늘리라 사실상 종용하니 말문이 막힌다.


여기에 화답하듯 기획재정부는 2022~2023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5%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전망 당사자로 지목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질문자의 발언 내용이었을 뿐이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 정부의 재정 중독증에 대한 불안감이 그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나라 살림을 이런 식으로 꾸려나가도 별 탈이 없을지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돈을 찍어 국가재정에 활용할 수 있는 기축통화국도 아닌데다 공기업과 자치단체 부채 등을 포함하면 이미 국가부채비율이 60%를 넘고 있다는 게 정설 아닌가. 미래 세대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이 아니라면 다시 한번 상식선에서 정부 정책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탈원전 정책 또한 더 늦기 전에 재고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된 탈원전 정책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예견된 것이지만 핵심부품 제조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관련 산업 생태계가 붕괴일로에 있다고 한다. 대학의 관련학과에는 지원자가 뚝 끊겼고, 그동안 축적된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도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한전과 관련 기업들의 경영악화는 날로 심화돼 그 불똥은 조만간 전기요금 인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정책 또한 국민 호주머니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 뻔하다.


우리 기술력으로 건설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바라카 원전 정비계약도 상당 부분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해외 진출과 수주 등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전이 감소하면 전기요금이 인상되고 기후변화 대처가 늦어지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물론 장기적인 국가 정책에는 예견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정부의 의무이다. 평범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정부 정책이 추진되길 희망해 본다. 국민들은 예측 가능한 경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국가를 원한다.


이동구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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