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대납 '갑질' 일삼은 한국휴렛팩커드에 과징금 2억1600만원

오철민 / 기사승인 : 2019-08-11 18: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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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오철민 기자] 미국의 초우량기업인 휴렛팩커드의 한국법인이 해당 거래와 무관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떠넘겨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으로 한국휴렛팩커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1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1일 밝혔다.


한국휴렛팩커드는 2011년 말 ‘KT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 총 11개 수급사업자에게 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 부문별로 나누어 위탁했다.


이 때, 3개 수급사업자에게는 서면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업무를 맡겼으며, 이들이 2012년 12월 위탁 업무를 모두 끝냈음에도 하도급대금을 즉시 지급하지 않았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한국휴렛팩커드의 하도급 대금 대납 요구 구조.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3개 수급사업자의 업무와 관련한 하도급대금 내역을 보면, 데이터 등을 설계하는 전사적 아키텍처를 맡은 A사는 3억1460만 원, 용역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담당한 B사는 2억2440만 원, 서비스팀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리더(PL)를 맡은 C사는 1억1000만 원이었다.


이후 휴렛팩커드는 향후 진행될 사업 관련 계약 체결을 빌미 삼아 2013년 11월 또 다른 수급사업자 E사에게 회사가 A사에게 지급해야할 하도급대금을 대신 지급토록 요구했다.


E사는 설립 2년차인 중소사업자로 한국휴렛팩커드와 이미 여러 건의 거래를 진행했으며, 당시 새로운 프로젝트 관련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회사와 협의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E사는 한국휴렛팩커드의 지시대로 A사와 계약을 맺고 10개월 동안 총 3억1460만 원을 대신 지급했다.


갑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휴렛팩커드는 E사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또 다른 수급사업자 D사에 대한 하도급대금도 대납시켰다. 2014년 10월 D사에 5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앞서 한국휴렛팩커드는 D사에게 B사와 C사에게 지급해야 할 하도급대금 3억 3440만 원을 대신 지급시켰고, D사가 이 금액의 반환을 요청하자 일부를 E사에게 지급토록 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사진=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사진= 연합뉴스]


한국휴렛팩커드는 170개 이상의 국가에서 IT 관련 판매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으로, 2018년 기준 매출액은 6569억 원이다.


1939년에 설립된 휴렛팩커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안착한 기업의 시조이자 세계 벤처기업 1호로 불릴 만큼 역사적으로도 높은 명성을 지닌 굴지의 다국적 기업이다.


한국휴렛팩커드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IT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해 사업을 하고, E사와 같은 중소업체는 대규모 IT업체가 수주한 사업 중 일부를 하도급 받아서 살아간다. 대규모 IT업체가 중소 영세업체의 목줄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한국휴렛팩커드는 자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향후 주요 거래처를 잃을 것을 우려하는 수급사업자의 약점을 이용해 하도급대금을 대납시키는 갑질을 저지른 것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한국휴렛팩커드의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을 위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E사가 한국휴렛팩커드를 대신해 지급한 3억 6950만원을 E사에 반환하고, 향후 재발을 방지하도록 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16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IT 서비스 분야에서 원사업자가 영세한 중소업체에게 장래 하도급계약 체결을 빌미로 경제적 부담을 지운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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