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서 대형 화재…5명 사망·37명 부상‧차량 45대 소실 (종합)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12-30 00:18:50
  • -
  • +
  • 인쇄
트럭서 시작된 불, 플라스틱 소재 방음터널로 옮겨붙은 뒤 순식간 확산
사망자들 모두 주변 지나던 4대의 승용차서 발견…3명 안면부 등 중상
830m 방음터널 중 600m 소실…‘터널진입 차단시설’도 작동 안 해
전문가 “플라스틱 방음터널, 불나면 더 위험…외국은 불연재 사용”
터널 하부 47번 국도 통행 6시간만에 재개…제2경인 정상화는 수일 걸릴 듯

방음터널 내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해 백주대낮에 왕복 8차선 도로에서 5명이 참변을 당했다.

29일 오후 1시 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을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9분께 이 지점을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고 불은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은 뒤 급속히 확산했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 완전히 진화되기까지 방음터널 대부분과 터널 안에 있던 차량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이 불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으며, 화재 구간 내에서는 45대의 차량이 소실됐다. 소방당국은 3차에 걸친 터널 내부 수색 끝에 이 같은 인명·재산 피해 내역을 밝혔다.

사망자는 당초 6명으로 알려졌으나, 1명이 중복집계 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5명으로 수정됐다.

사망자는 최초 화재 발생 차량인 트럭이 아닌 주변을 지나던 4대의 승용차 내에서 발견됐다.

승용차 2대에서 각 1명, 또 다른 승용차 1대에서 2명, SUV 차량 1대에서 1명이다.부상자 37명 중 3명은 안면부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34명은 연기흡입 등의 경상이다. 경상자 중 다수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현장 처치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참사는 방음터널 내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에서 시작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화물차 엔진룸 쪽에서 발생한 불이 방음터널로 옮겨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화염으로 번졌다.

목격자들은 불길이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벽으로 옮겨붙은 이후 다량의 연기와 함께 빠르게 번졌다고 입을 모은다.

▲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 화재로 뼈대만 남은 방음터널. [과천=연합뉴스]

당초 화재는 해당 트럭과 버스의 추돌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소방당국 설명이 있었으나, 트럭의 단독 사고 혹은 자체 발화로 인한 것일 수도 있어 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화재로 방음터널은 총 길이 830m 가운데 600여m 구간이 소실돼 뼈대만 남았다. 사고가 발생한 방음터널 입구 인근에는 사고 발생 시 추가 차량 진입을 차단시키는 ‘터널진입 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었으나 작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대부분은 불이 삽시간에 수백m까지 번진 탓에 불길과 짙은 연기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차 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히 조사를 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화염과 연기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밀폐된 터널 내 양방향으로 구분된 차선의 의미는 크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제2경인 방음터널 화재 피해 왜 컸나? [그래픽=연합뉴스]

일반적으로 방음터널은 철제 H빔으로 만들어진 구조체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 또는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로 덮어 만든다. 불이 난 방음터널의 경우는 PMMA 소재를 이용해 2017년 8월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PMMA는 PC에 비해 다소 저렴하지만, 인화점이 약 280도로, 약 450도인 PC보다 낮아 화재 위험성이 더 높다.이들 소재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기에 강한 ‘방염’ 소재이긴 하지만 불연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고온의 열이 장시간 가해질 경우 불에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플라스틱류 소재는 불이 붙으면 목재의 다섯 배가 넘는 열을 내뿜어 불이 더 빨리 번지고, 유독가스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음터널은 밀폐된 터널 구조임에도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관리에 빈틈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방법상 방음터널은 일반 터널로 분류하지 않아 옥내 소화전 등 소방 설비 설치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토안전관리원 기준으로도 터널에 해당하지 않아 시설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소재는 불이 붙으면 열기에 녹아 뚝뚝 떨어져 아래쪽에 더 피해를 키운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방음터널에는 불연 소재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방음터널은 벽면으로 불이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터널보다 더 위험한 구조일 수 있는 데도 안전 규정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며 “외부로 드러난 H빔 역시 열기에 휘어지며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철근 콘크리트를 입혀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진화작업 하는 소방관들. [과천=연합뉴스]

이번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는 이 터널의 안양에서 성남 방향으로 3분의 1 지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에 탄 차량 중 대부분은 최초 불이 난 화물차와 같은 차선이 아닌 성남에서 안양 방향 차선에서 나왔다. 사망자들도 모두 화물차와 반대 차선에 있던 차량에서 발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방음터널 화재 사고 수사를 위한 수사본부를 편성했다고 이날 밝혔다.

수사본부는 남부청 수사부장과 자치경찰부장을 공동 수사본부장으로 하고, 청 형사과장, 교통과장, 과천경찰서장 등 50여 명 규모로 꾸려졌다.

최초 화재가 시작된 화물차의 운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이날 저녁 마무리됐다.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를 임의동행해서 조사했고 아직 입건하지는 않았다”며 “화재 경위와 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30일 오전 10시 30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해당 트럭에 대해 감식을 하고, 피해자 신원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협업해 구체적인 화재 원인 등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 여파로 통제됐던 47번 국도의 양방향 통행은 낙하물 정리를 마친 뒤 이날 오후 7시 50분을 기해 사고 발생 6시간 만에 재개됐다.

도로 통행이 통제되는 동안 과천시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방향 왕복 4차로 도로를 이용해 차량을 우회시켰지만, 퇴근 시간이 겹치며 일대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과천시 관계자는 “47번 국도 통행은 완전히 정상화됐지만 사고가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은 사고 조사 등의 이유로 정상화되려면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컬러플레이스 이세령 대표와 에이드프라미스 예선영대표, K-케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협력
[메가경제=전창민 기자] 컬러플레이스 이세령 대표와 에이드프라미스·국제돌봄연합(ICU) 예선영 대표가 9월 고령 사회에서도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을 위해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퍼스널컬러 분야에서 15년간 독보적 입지를 다져온 이세령 대표는 단순한 뷰티 서비스를 넘어 데이터 기반 분석과 맞춤형 이미지 컨설팅을 통해 개인의 자신감과 존엄 회복

2

강원랜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손잡고‘건설 분야 감사자문단’ 발족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강원랜드 감사위원회(상임감사위원 안광복)는 12일에 건설사업의 리스크 예방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력한‘건설 분야 감사자문단’을 공식 발족한다고 밝혔다.이번 자문단 발족은 지난 7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체결한 감사업무 협약 이후 실질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되는 후속조치로 양 기관 상임감사위원과 감사업무

3

SK하이닉스, 2025 미래포럼 개최…"차세대 AI 전략 논의"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SK하이닉스는 지난 11일 경기 이천캠퍼스에서 ‘AI 시대, First Mover로서의 기술적 도약과 Paradigm 변화’라는 주제로 2025 SK하이닉스 미래포럼(이하 미래포럼)’을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미래포럼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트렌드와 변화를 조망하고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