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한미 백신 스와프, 미국 측과 진지하게 협의 중"...성사 가능성에 주목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4-21 0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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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백신 협력, 미중 갈등·쿼드와 직접 연관 없어…디커플링 원칙"
백신 스와프 첫 제안자 박진 ”쿼드 가입 전향적 검토 속에서 성사될 것“

날로 심화되고 있는 ‘백신 민족주의’와 일부 백신의 희귀혈전증 생성 논란 등으로 백신 수급 일정에 잇따라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한미 백신 스와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성사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한미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지금 미국 측과 상당히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 특사가 왔을 때도 이 문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했다"며 “한미 간 백신 협력은 다양한 관계에서 중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 장관은 또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가 중국 견제를 위해 구성한 협력체)에 참여하지 않고 백신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박진 의원의 질의에는, "미중 간 갈등이나, 쿼드 참여와 백신 협력은 연관이 직접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백신 문제는 정치·외교적 사안과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 스와프’는 금융위기 때 미국에 약정된 환율에 따라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오는 '한미 통화 스와프'를 본뜬 개념이다. 미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고 한국이 나중에 갚는 방식이다.

정부는 미국이 계약한 백신 물량 중 한국보다 먼저 인도받는 물량을 한국으로 돌리고, 한국이 나중에 인도받는 물량으로 갚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백신 스와프'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당 차원에서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으나 정부는 검토 결과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도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급박한데 백신을 달라고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백신 도입이 지연되는데 반해 미국의 백신 상황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판단에서 정부 내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실제 다른 국가에 백신을 스와프 형식으로 빌려준 사례도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월 18일 브리핑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250만회분과 150만회분을 빌려주고 다시 백신으로 돌려받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미 간 백신 스와프가 성사된다면 아스트라제네카를 들여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서는 사용 승인을 하지 않고 비축만 하고 있어서다.

사키 대변인도 당시 브리핑에서 미국이 제공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 총 분량을 700만회(멕시코와 캐나다 지원분 포함)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신 스와프가 실제 실행되기 위해서는 여러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백신 효과를 보강하기 위한 ‘부스터샷(추가접종)’ 계획까지 밝히며 미국 내 접종을 더 확대할 계획까지 밝히고 있는 상태다. 또 여러 나라가 미국에 백신을 요청하며 손을 벌리고 있는 것도 변수다.

또, 백신 업체들은 특정 국가가 계약한 백신을 다른 나라에 주는 것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도 멕시코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원하기 전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변수들로 인해 미국이 한국에 지원을 결정한다 해도 수개월이 걸리고 물량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의용 장관은 "미국도 올해 여름까지는 집단면역에 꼭 성공해야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해서 그걸 위해서는 자기들도 사실은 백신이 그렇게 충족한 분량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에는 물론 우선적으로 검토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일차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또 지난해 한국이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지원한 사실을 미국에 상기시키고 있다며 "진정한 친구로서 우리가 필요할 때는 미국도 우리를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정상회담 개최 이전까지 좀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미 백신 스와프'를 협의 중이라는 정부 입장에 대해 지난해 12월 이 개념을 처음 제안한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통화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총력을 다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백신 문제를 정치·외교 문제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정부 시각은 잘못"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연합체 쿼드에 가입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틀 속에서 백신 스와프를 이야기해야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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