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공정위 조건부 승인

박종훈 / 기사승인 : 2021-12-30 08: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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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반납, 운수권 재조정 조치 가닥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일부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의 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양사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고 29일 밝혔다.

해를 넘기게 될 M&A로 향후 하나가 될 대한항공,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사의 여객, 화물 부문을 국제선, 국내선으로 나눠 시장의 경쟁 제한성을 분석했다. ‘메가 캐리어’ 출범으로 시장 점유율, 해당 노선의 경쟁사 존재 여부, 새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 등을 살폈다.

공정위가 일부 슬롯 반납 등의 조건부 승인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사진 = 대한항공 제공

 

슬롯이란 특정 항공사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즉 이착륙 횟수를 가리킨다.

항공사가 운항하기 위해선 출발, 도착 공항의 슬롯 확보가 필수다.

공정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서 백브리핑을 열고 “대한항공이 반납한 운수권을 국외 항공사에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슬롯 반납 등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과 관련한 조치가 국내 항공사의 발목을 잡고 외국 항공사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가 되면 규모가 너무 커지므로, 슬롯과 운수권 일부를 다른 저비용 항공사(LCC) 등에 넘겨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라는 의도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조치가 확정된다해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마무리되는 게 아니다. 양사가 취항하는 모든 국가의 경쟁 당국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현재 태국 등 7개국의 심사는 마쳤지만,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 국은 심사 중이다.

국외 경쟁 당국의 심사에 있어서 한국 공정위의 결정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보다 속도를 냈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공정위는 “심사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며 “이번 결합이 최초 사례라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위가 먼저 한 결정이 국외 경쟁 당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시정 조치를 잘 만들어 가져가야 끝나는 것이고 공정위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라고도 해명했다.

국외의 경우 심사를 받는 기업이 시정 조치를 만들어 가져가 ‘딜’을 하는 구조로, 항공기업 결합 심사만 10년 이상을 해온 EU나 미국의 당국이 한국 공정위의 결정에 따르진 않는다는 것.

특히, 미국의 경쟁 당국이 최근 상당히 엄격해진 점을 짚으며 캐나다 항공사 간 합병은 심사가 잘 안돼 딜이 깨졌고, 스페인 항공사 IAG의 에어 유로파 합병에는 더 강한 시정 조치를 가져오라며 딜이 철회된 사례를 들기도 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항공 비자유화 노선에서 잔여 운수권이 없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수권을 회수해 LCC에 재배분할 방침이다.

운수권은 국가간 항공 협정으로 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 권리로 외항사엔 배분할 수 없다.

인천~런던, 인천~파리 등 유럽노선, 중국노선, 동남아·일본 일부 노선 등이 항공 비자유화 노선이다. 항공 자유화 협정이 맺어진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운수권을 확보해야 운항이 가능하다.

운수권 현황을 보면 영국은 주 17회 운수권 중 대한항공 주 10회·아시아나항공 주 7회, 독일은 주 14회 중 대한항공 주 7회·아시아나항공 주 7회 등으로 양사가 유럽 노선 대부분의 운수권을 100%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터키, UAE, 인도, 인도네시아 노선 운수권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김포~베이징, 김포~동경, 김포~오사카 등 중국과 일본 노선도 독점 노선으로 꼽힌다.

해당 노선의 운수권이 LCC에 재배분된다면 통합 항공사의 노선·승객 점유율이 낮아지면서 독점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심사보고서를 받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과점 방지를 위한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외 경쟁 플레이어가 있을 경우를 전제로 둬야 한다.

가령, 양사가 독점하는 장거리 노선에 국내 LCC가 신규 운항을 계획하지 않는다면, 공정위의 조치가 사실상 무의미하다.

외항사 운항만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국내 항공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한 LCC 관계자는 “운수권 확보가 가능하다면 수익성 높은 인천~파리 노선에도 안 갈 이유가 없다”며 “최종 결론 이후 LCC들도 노선 포트폴리오에 대해 본격적인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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