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대 증권사 HTS/MTS 관련 장애 배상 건수 작년 연간치 넘어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관련 전산장애도 지속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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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시장 CG [그래픽=연합뉴스] |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며 금융회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동시에 빈번해진 '접속장애'로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전산시스템을 발 빠르게 보완하고 있지 못해 금융소비자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식을 매매하는 트레이딩시스템에서 접속지연, 주문지연, 이체지연 등이 발생하는 전산장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8일 오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모바일 앱에 SKIET 공모주 청약 신청자 접속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온라인 공모주 청약 신청 처리가 지연됐다.
청약 증거금을 증권사 계좌로 송금하려는 주문이 한꺼번에 쏠리다 보니 한국투자, NH투자,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로의 이체출금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주관사들은 청약 당일 트래픽 증가를 예상하고 청약 개시 시간을 당초 오전 8시에서 오전 10시로 미뤘지만 전산 장애가 발생을 막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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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 청약이 시작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
올해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을 때마다 증권사 전산 장애가 뒤따랐다. 특히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등 줄줄이 초대어급 IPO가 대기 중이라 이대로 두면 유사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들이 HTS(홈트레이딩시스템)/MTS 관련 장애로 배상한 건수는 올해 1분기 1만9861건으로 벌써 작년 연간치를 훌쩍 웃돌고 있다. 2019년 2255건이던 배상건수는 지난해 7831건으로 세 배이상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전산운용비는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884억원이다. 전산운용비 증가율은 증권사의 역대급 실적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이다. 올해 1분기 10대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13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97억원)보다 546% 증가했다. 순이익이 6배 넘게 늘어날 동안 전산운용비는 15% 남짓 늘어난 것이다.
신규 투자자 유입과 비대면 거래 증가로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이 이에 부합하는 전산시스템 투자에 인색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증권사 별로 보상절차도 다르고 그 기준도 복잡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만큼 보상받을 가능성이 낮아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디지털 금융 서비스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관련된 전산장애는 지속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IBK기업은행 등은 올해들어 예외없이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앱인 KB스타뱅킹과 인터넷뱅킹에서 접속이 지연된데 이어 다음날인 21일에도 KB스타뱅킹에도 2시간가량 접속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해 고객의 원성을 샀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후 점검 과정에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접속 지연으로 고객께 불편하게 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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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0일 오후 5시 15분께부터 KB국민은행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KB스타뱅킹) 서비스에서 접속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 [자료=KB국민은행 장애공지 화면 캡쳐] |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월 15일에 많은 양의 트래픽을 순간적으로 일으켜 서버를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으로 1시간 30분가량 장애가 발생됐다. 같은 달 25일에는 소상공인 대출 신청접수를 하던 모바일뱅킹 앱 ‘솔(SOL)’의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1월 25일에 발생한 접속지연만을 전산장애로 공식 인정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잇따른 전산장애 요인을 ‘일시적으로 늘어난 접속량’으로 지목하며 향후 서버 확충을 증설하는 등 조금씩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좀더 근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이 핀테크와 결합해 활성화 될 경우 지금보다 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에는 금융당국의 느슨한 관리도 한몫했다는게 업계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지난 몇년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강제적인 성격을 띠지 못한 권고 수준일 뿐이라는 것이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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